본문 바로가기
독일 생활/재독한인 생활상

치킨배달 안 되는 독일, 집에서 6kgs 치킨 튀기기

by 댄초이 2021. 2. 18.

 

치킨배달 안 되는 독일, 집에서 6kgs 치킨 튀기기

 

독일이민 가정에서 튀긴 치킨 보여드려요. 그리고, 왜 튀겨야만 했는지 그 우울한 사연도 함께 합니다. 

 

여러분들, 토종닭 혹시 드셔 보셨나요?

 

토종닭 모습
토종닭 같이 보이나요? <이미지출처: pixabay>

위 사진 속 토종닭 모습이, 우리나라 토종닭과 좀 비슷한 듯, 다른 듯하죠?

몇 년 전에 방송에 출연한 요리 칼럼니스트 황교익 선생께서 토종닭에 대한 우리의 상식과 기대를 무참히 깨는 이야기를 해주셨죠.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제 말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신토불이 토종 가축은 없어요! 전쟁이 나면 동물은 씨가 마르죠.

우리나라는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토종 가축이 거의 전멸하게 되었고, 1960년대 이후에 외래종이 들어왔죠.

우리가 아는 시골의 토종닭의 경우 겨우 50~60 전에 들여온 독일 원산지의 외래종이에요보통 닭이 7세대가 지나면 토종닭이라고 인정을 해 주긴 해요. 그렇지만, 여러분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시기에 최소한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왔다거나 하는 그런 전통을 논할 만한 것은 아니죠.  

 

이상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선생의 발언이었습니다. 닭은 5~6개월만 지나면 알을 낳기 시작한다니까, 닭에게 7세대라면 대략 3~4년만 지나면 토종닭이 된다는 셈이네요. 여하튼 황교익 선생의 말은 토종에 대한 저의 무한 신뢰가 와장창 깨지던 기억이었어요.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일본이 한국전쟁 덕에 경제를 다시 부흥시켜 먹고살기 좋아진 1960년대, 우리는 이제 막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내놓을 즈음, 일본의 하청 농장 형태로 한국에 돼지 사육농장이 생겨났죠. 그때 들여온 돼지가 독일 종자라고 해요. 제주도에 있는 똥돼지나 일부 지역에 남아 있는 흑돼지도 독일 종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물론, 긴 세대가 지났으니 우리 토종이라고 해도 무방하긴하죠. 왠지 씁쓸하네요. 

 

또 한 가지, 이런 고기에 얽힌 우리의 소울 푸드에도 슬픈 역사가 있다고 해요. 

 

우리가 못 살던 시절, 일본의 자본과 주문으로 지어진 돼지 사육 농장에서 생산된 돼지고기 중, 일본인들이 주로 돈카츠용으로 먹는 등심, 안심 이런 살코기들은 다 가져가고, 한국에는 내장류의 부산물과 삼겹살 등이 남게 되고, 이를 한국에서 요리해서 먹다 보니 삼겹살이 지금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부위가 되어버렸다고 황선생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방송을 들으면서 기분이 상당히 나빴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죠. 아닐지도 몰라 라고요. 

 

일본애들이 안 먹는 부위를 우리가 먹다 보니 삼겹살이 유명한 음식재료가 된 거라는 이야기인데, 비슷한 경우로 치킨이 이에 해당돼요. 과거 미국 초창기 역사에서 노예로 살던 흑인들이, 백인 주인이 먹지 않는 살이 없는 닭고기 부위를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다가 생긴 음식이 튀긴 닭, 즉 치킨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치킨은 흑인들의 소울푸드라고 합니다.  

 

이태리 피자의 탄생도 못 먹고 굶주리던 서민들이 밀가루에 흔한 토마토 바르고, 치즈 넣고 집에 있는 채소 같은 거 올려서 구워 먹던 완전 서민 음식이었는데, 2차 세계대전 때 유럽에 참전했던 미군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피자맛을 잊지 못해 미국에서 피자가 크게 붐을 일으키고 이게 전 세계적인 음식으로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죠. 한국의 국밥이나 비빔밥도 역시나 서민들이 만들어 후다닥 먹던 음식들인데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죠. 참 아이러니하죠? 


한국에서 치킨은 흔한 음식이고, 언제나 먹고 싶으면 그냥 핸드폰 꺼내서 손가락질 몇 번하면 땡 하고 30분 안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멀리 타국에서 사는 우리 독일 교민들에게는 정말 미치도록 힘들게 하는 음식이에요.

 

독일에서 저희 가족의 경우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하면 왕복 30분 차를 달려 KFC에 가서 사오거나, 30분을 차로 달려 독일 뒤셀도르프에 위치한 단골 한국 식당에 가서 먹죠. 배달은 당연히 안돼요. 너무 멀어서도 그렇고, 배달 요금도 만만치 않게 비싸요.

그런데, 2020년 초부터 혹시 미래에는 0.1톤을 웃돌지도 모를 저희 집 가족 하나가 치킨을 맘껏 먹어보고 싶다고 소원을 하기에 한 번 집에서 튀겨줬었어요. 그때 당시에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안 튀긴다고 했는데, 지금은 1~2달에 1번은 튀기고 있어요. 자식이기는 부모 없네요. 먹고 싶다는데 어쩌겠어요. 

독일 식당에서 사 먹는 치킨 1마리가 26유로 정도인데, 대략 35,000원이니까, 한국의 두 배 가격이죠? 거기에, 음료 따로 시키고, 팁 5% 정도 주고 해야 되니까, 3인 가족이 예를 들어 치킨 1마리, 오징어볶음, 돌솥비빔밥, 음료 정도 시키면 70유로, 약 9만 5천 원 나와요. 1인당 3만 원 이상이죠. 아휴 한 숨만 나오네요. 여러분들은 한국에 계셔서 복 받으신 거예요. 먹고 싶은 거 맘껏 먹을 수 있는 곳이 천국 아니겠어요?  

지금은 제가 치킨 튀기는데 이골이 났네요. 1년 동안 7~8번 정도 튀긴 거 같아요. 와이프는 치킨은 좋아하지만 생닭 냄새, 튀김 냄새를 너무 싫어해서 제가 다 하죠. 

 

 


자, 이제 제가 직접 튀긴 치킨 사진 들어갑니다.

 

닭 손질

 

잘라진 닭고기를 오면, 제가 칼집 내고, 비계 좀 떼어내고, 내장 깨끗하게 씻어내요. 그러면, 와이프가 밑간과 냄새 없애는 작업을 해줍니다. 이 상태로 한 2시간 이상 상온에 둬요. 

 

치킨 튀김가루를 물에 풀어 묻히고, 치킨 가루를 발라줍니다. 튀김가루를 처음에는 와이프가 만들었는데, 이제는 귀찮아서 한국 마트에서 사서 쟁여놓아요. 

이제 튀길 차례네요

 

 

닭 튀김기
독일에서 구매한 테팔 튀김기에요. 3~4리터의 기름을 채워야 튀길 수 있어요. 

 

닭 부위는 몸통 부분, 다리 부분, 날개 부분을 각각 따로 샀어요.

 

자고로 치킨은 튀겨야 바삭바삭하죠.

 

한 번 튀긴 닭

어때요, 빛깔이 괜찮은가요?

조각을 작게 낼 수 없어서, 그냥 큰 조각 상태로 튀겼어요. 

고구마 튀김

완성품이에요. 고구마도 조금 튀겨봤어요.

양념도 만들어서 양념치킨도 먹었는데, 사진 찍는 빼먹었네요.

 

 

완성품 닭 튀김

그럴싸하죠?

​총 6.2 kgs의 닭고기를 샀어요. 다 튀기는 데 2~3시간 걸렸네요.

한국에서 치킨 1마리에 1킬로가 안될 거예요저는 6마리 이상을 튀긴 거죠.

식구가 어제 저녁에 저녁식사로 이것만 거하게 먹고오늘 늦은 아침식사 , 아들만 거하게 먹고, 저는 조각 먹고, 와이프는 먹고오늘 저녁에 거하게 마무리로 먹었어요. 대신, 와이프는 느끼하다고 밥을 주로 먹었죠.

여하튼, 아들 때문에 치킨을 매달 튀기는 신세가 됐네요6kg 사는데 돈은 18유로, 2 5 들었어요기름 4리터 쓰고요. 전기 왕창 썼겠죠. 그래도, 먹었으니 됐죠.

한국이었으면, 브랜드 브랜드 맛봤을 텐데독일의 한국 식당에서 파는 치킨에는 프라이드, 양념, 간장 가지 외에는 없어요. 그래도, 식당에서 먹는 치킨은 정말 맛있어요. 집에서 하고는 확실히 차이가 나요. 

여기 독일은 이 글을 올리는 지금 한참 낮인데, 국에 계신 여러분들은 벌써 저녁 드시고 쉬고 계시겠네요.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살지만, 저희는 님들이 고국 식당에서 쉽게 먹는 음식을 매일 그리워하며 지내는 재외국민 동포예요. 혹 길가다 저 같은 재외국민을 만나시면 불쌍히 여겨주세요. 나이 드니 먹는 게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네요.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