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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활/독일인은 누구인가?

내린 눈 안 쓸면 손해배상 당할 수 있는 독일

by 댄초이 2021. 2. 9.

 

내린 눈 안 쓸면 손해배상 당할 수 있는 독일

2월 들어 갑자기 추워진 독일이에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여름에는 더 더워지고, 겨울에는 더 추워진다고 하니,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겪을 자연재해가 걱정이에요.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 크죠.

 

테이블에 쌓인 눈
3일동안 조금씩 조금씩 내린 눈이 소북히 야외탁자 위에 쌓였어요. 지금 영하 7도라 얼어버렸네요

 

지난 토요일 새벽부터 내린 눈이 글을 쓰는 지금 월요일 저녁까지도 내리다 말다 하네요. 제가 사는 독일 서부지역은 1년에 눈이 한 번 올까말까하는 지역이죠. 김종서가 부른 겨울비가 주구장창 내리는 곳이 바로 독일이죠. 그만큼 겨울에 기온이 영하로 잘 안 떨어진다는 방증이죠. 

 

독일 주택가

 

다수의 독인인들은 주택에서 주로 살아요. 단독 형태도 있고, 두 집이 붙은 형태, 세 집이 붙은 형태, 여러 집이 붙은 형태 등 다양한 하우스가 존재하죠. 물론, 한국의 다세대 주택 같은 집들도 꽤 있는데, 주로 시내 중심에 많이 존재하고, 중심에서 멀어지는 일반 주택단지에는 다세대주택을 짓는 것이 제한된 곳도 많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독일의 다세대 주택 혹은 빌라 같이 생긴 주택에는 복층 구조가 상당히 많은 편이에요. 

 

어느 전문가가 TV에서 언급한 내용이 생각나는데, 복층 구조의 집에서 자란 아이들의 공간지각력이 단층에 산 아이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통계자료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매일매일 계단을 오르내리다보면 공간을 더 잘 이해한다는 의미 같아요. 


눈이 왔을 때, 한국과 다른 독일의 독특한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해 드릴까 해요. 아래 사진들은 제가 사는 주택단지에요. 

 

눈 치운 길
저기 보이는 집들은 현관문이 두 개씩 있어요. 지금 사진에 보이는 집 반대편에는 정원이 있고, 차고가 있고, 또 다른 입구가 있죠. 대개 그 쪽으로 드나들지만, 반대쪽도 엄연히 현관인 셈이죠. 

 

중앙에 저런 공간을 비워두고 집들이 둘러싼 형태는 독일에서도 꽤 특이한 경우이긴 해요. 앞에 벽을 맞댄 집들이 보이죠? 저런 집들을 부수고 새로 짓는 걸 지나가며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신기하게 딱 자기 벽까지만 부숴요. 아마, 두 집 사이의 벽이 상당히 두꺼울 거예요. 

 

사진을 보면, 눈을 치워 길은 낸 게 보이시죠? 이웃들이 집 앞의 눈을 자신들이 치운 거에요. 꼭, 자기 집 앞만 치워야 되요.  

집 앞 눈 치우기

 

독일에 와서 초기에 들은 이야기인데, 독일에서는 자기 집 앞 눈을 꼭 치워야 한다네요. 만약, 치우지 않았는데, 누군가 지나가다가 넘어져서 다치게 되면, 그 넘어진 사람이 고소를 하면 꼼짝없이 눈을 치우지 않은 집 주인은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고 하네요.

 

신기하죠? 누군가 내 집앞을 지나가다가 눈길에 넘어졌어요. 그럼, 그 넘어진 사람이 만약 돈 잘 버는 의사인데, 넘어져서 허리를 다쳐서 1년동안 일을 못한다. 그러면, 그 사람은 당신을 고소할거고, 법원은 당신 피고인에게 엄청난 손해배상금을 물게 하겠죠. 제가 글 쓰고 생각해보니까, 좀 황당한 기분도 드네요.

 

집주인이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하겠지만, 손해배상까지 해야된다니, 너무 하는 거 아뇨? 라고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에요. 여하튼 실제 그런 법원 판결이 오래전에 독일에서 있었고, 그 이후에 독일에서는 자신의 집 앞 눈을 치우는 게 더 활성화되고 지금은 무조건적인 규칙이 되었다 하더군요.  

 

저는 자기 집 앞 눈을 안 치우는 사람은 못 봤어요. 모두 눈을 치우고 길을 내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만약 제가 술 먹고 늦게 일어나서 눈도 안 치우고 그러면, 주위 독일사람들이 제 욕을 참 많이 할 거예요. 독일 사람들은 극도의 개인주의라서 남이 뭘 하든, 뭘 입든, 뭘 먹든, 어딜 놀러가든, 자식이 좋은 직장을 가든, 이혼을 하든, 신경을 아예 안 쓰는데,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그건, 모두가 지켜야 하는 규칙을 지키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자에게는 가차없는 비난을 가하죠.  눈 안 치우는 사람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어요. 매너없는 사람으로 여겨 대화도 잘 안 하려할 겁니다. 


 

 

저희 집에는 쌓인 눈을 치우는 장비들이 몇 개 있어요.

 

1. 눈을 밀어 한 쪽으로 모으는 장비

2. 딱딱한 솔이 달린 넓은 빗자루? 같은 장비. 일반 청소할 때도 써요

3. 염화칼슘 및 돌가루 한 포대(10kg)

 

모든 독일 가정에는 저게 다 있어요.  

 

또 하나, 재미있는 경우는, 저희 같은 단독 주택 말고, 다세대 주택의 경우예요. 큰 주택에 4~6가구가 함께 사는 경우에는 매년 11월 정도 되면, 집주인이 우편물을 줍니다. 거기에는 11월~3월까지 1주일 단위로 눈 청소 담당하는 집들의 사람 이름을 적어놨어요. 눈이 오거나, 눈이 예상되는 전 날, 우리는 냉장고에 붙여둔 종이를 확인하죠. 먄약 우리 집이 담당이라면, 그냥 재수 없다 생각되고,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뜨자마자 눈이 오는지 체크해야 되죠. 

 

만약, 평일이라 출근해야 되는 날이라면, 아침에 일찍 그 넓은 집을 빙 둘러서 사람 다니는 곳의 눈을 치우고, 염화칼슘을 뿌리고 그런 후에 출근해야 돼요. 저녁에도 계속 내리면, 또 어둡기 전에 치우고 염화칼슘 뿌려야 해요. 

 

눈 치우는 것 하나에도 이런 규칙을 만드는 독일인들의 계획적인 삶. 

 

이런 것이 한 편으로는 우리가 사랑하는 독일 명품을 만든 저력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꼭 이렇게 까지 정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 사는 세상, 참 다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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