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한국의 직장 회식
코로나로 모두들 힘드시죠?
독일에 짱박혀 사는 저도 무척 답답해요. 좋아하는 운동도 못하고 집에만 있으려니 여간 심심한 게 아니네요.
여러분들도 직장 회식을 못 하실테니 아쉬우신 분들도 계실테고 오히려 후련하신 분들도 계시겠네요.
독일 교민으로서 몇 년 전까지 한국 회사에 다니던 저로서는 삼겹살에 소주, 맥주에 직장 동료들과 기분 좋게 보내는 시간이 그립습니다. 개인적으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해서 이런 직장 회식자리가 사회 초년병일 때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적도 더러 있었지만, 경력이 쌓인 이후로 술 안 마신다고 타박받는 일이 줄어들고 나니, 맛난 음식 먹는 재미에 사람 씹는 재미가 쏠쏠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독일의 직장 회식
혹시 여러분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직장에서의 회식문화가 어떤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다른 나라는 제가 잘 모르니, 제가 사는 독일에서 직장 동료들과의 회식 문화가 어떻게 되는지 제가 알려드릴께요.
잘 아시겠지만 독일이 유럽을 대표하지는 않아요. 30여 개의 많은 나라들 중 하나이지만, 요즘 젤 힘 센 놈이라 주목받고 있으니 알아둬도 괜찮겠죠?
자 그럼, 독일 회사에서는 회식을 어떻게 하는지 조금 궁금하기는 하신가요?
정답은 참 간단합니다.
정답은,
"회식 안 한다"
간단하죠?
회식 안 합니다.
독일에서는 직원들 간의 사적인 만남이 거의 없다 보시면 됩니다.
동료들 중에 남녀 간에 서로 눈 맞아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거의 모든 독일 회사의 근로자들은 일과 개인사를 확실하게 너무도 확실하게 100% 구분합니다.
오전 8시 출근해서 오후 4시에 집에 갑니다. 회사는 일하는 곳입니다. 회사는 개인의 사적인 무언가를 하는 곳이 적어도 독일에서는 아닙니다.
예외가 있다면, 연말 12월에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주 전에 직원들끼리 또는 직원 가족을 포함해서 좋은 식당이나 연회장에서 기분 좋게 저녁식사를 딱 한 번 합니다. 그렇더라도 우리 한국과 같이 크게 떠들고 노래하고 2차니 3차니 노래방 가고 하는 것은 아니고 담소만 나눕니다. 식사비는 좀 거하게 나옵니다만, 회사로서도 어차피 영업이익의 30~32%는 세금으로 나가고, 19%가 부가세이기 때문에, 영수증에 적힌 돈의 절반만 실제 비용으로 지불하게 되는 셈입니다. 연말에 회사 실적이 좋다면, 오너는 기분 좋게 이 돈을 쓸 겁니다.
이 한 번의 크리스마스 시즌 예외적인 모임을 제외하고 독일 회사의 직원들은 아침에 만나면 인사하고, 자기 업무 하고,
필요하면 토론하고, 미팅하고, 또 자기 업무 하고, 퇴근 시간 되면 땡 하고 집에 갑니다.
제가 독일에 와서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바로 든 생각은 이랬습니다.
"진짜 정 없다 이 사람들"
"가족만큼 혹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 동료들인데, 어떻게 밥 한 번 같이 안 먹고, 술도 한 잔 안 하고, 속에 든 이야기도 서로 안 하고, 사장 씹는 재미도 같이 못 느끼고, 이게 뭐냐 도대체!"
그런데, 한 2년 지나니까, 뭔가 아쉽고 허전하긴 해도, 나름 괜찮더라고요.
회사가 업무 외에 귀찮게 안 하고, 직원은 오후 4시나 5시에 퇴근해서 가족들과 긴 휴식 시간을 함께 보내고, 와이프 좋아하고, 자식들이 좋아하고, 운동할 시간도 충분하고 개인적으로 다른 공부나 부업을 할 수 있는 시간도 확보되는 셈이죠.
요즘 유행어인 워라밸의 진정한 본산이 바로 독일 독일이에요.
독일 애들처럼 공과 사를 구별하고 살게 되니까 그것도 또 그것 나름으로 나쁘지 않더라고요. 이런, 독일 사람들의 공사 구분이 한국과 달리 공적인 영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비리나 뇌물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된 거 같은 느낌입니다.
나쁘다 한들, 제가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술 좋아하시고, 밤 문화 좋아하는 한국 분들은 독일에 일 때문에 오시면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재미없는 곳이죠.
대리운전 없는 독일
한국과 다른 이런 회식 문화 덕택인지, 독일에는 대리운전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만약 회사 근처에서 함께 술을 마신다고 가정해봅시다. 회식 후에, 집에 어떻게 가는지가 큰 골치입니다. 한국 같은 대중교통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승용차로 30분 갈 곳을 저녁 10시 이후에 대중교통으로 간다면 2시간 이상 걸릴 것이고, 여차하면 아예 집에 돌아갈 연결 편이 없을 가능성도 큽니다.
아주 골치가 아파서, 만약 술을 마셨다면, 대부분은 차를 직장 근처에 세워둬야되고, 술을 안 마신 한 명이 다른 사람들을 책임지고 집집마다 데려다주거나, 가족이 직접 와서 사람만 데리고 가야 돼요. 세워둔 차는 다음 날 픽업하러 와야겠죠? 여러분 같으면 이런 수고를 하면서 직원들과 술 한잔 하고 싶으시겠어요?
만약, 대리운전 서비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리운전자의 자동차보험과 한국보다 훨씬 비쌀 대리운전기사 인건비 때문에 대리운전비가 한국의 2~3배는 될 거예요.
앞으로도 독일에는 대리운전이 생기지 않을 거 같아요. 먼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집에 데려다주는 서비스가 시행되면 혹시나 모르지만요. 그렇다 하더라도, 대리운전 없어서 회식 안 하는 독일인들은 아니니까, 영원히 회사 회식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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