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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활/독일인은 누구인가?

부엌 싱크대 뜯어 이사가는 나라, 자가 및 월세, 높은 부동산 복비

by 댄초이 2021. 3. 5.

부엌 싱크대 뜯어 이사 가야 되는 나라

 

부엌 싱크대를 뜯어서 이사 간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언뜻 이해가 안 가시죠? 

 

우리 한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독일인들의 생활 습관 중에 이사 갈 때, 쓰던 부엌 싱크대를 몽땅 뜯어가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독일인들의 주거 형태와 부동산 복비도 함께 알려드리겠습니다. 

 

 


독일의 자가, 월세 현황

독일에는 아파트에 사는 인구가 상당히 적고,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 형태의 집이 일반적입니다. 

 

전세제도가 없는 독일에서 일반인들은 집 보유 혹은  월세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집 값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두 가지 모두 상당한 비용이 지출됩니다. 

 

자가 보유

집을 보유하고 있다면, 한국보다 훨씬 높은 보유세를 매년 내야 되고, 비정기적인 높은 수리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독일 집 보유자인 당신은 보일러 고장, 창문 수리, 바닥 재시공, 페인트 칠, 굴뚝 청소, 기왓장 수리, 정원 정리, 잔디밭 새로 깔기, 보일러 수리 혹은 교체 등 세월 따라 다양하게 돈이 지출될 여러 항목들을 감안해야 합니다. 제가 독일의 인건비가 비싸다고 전에 언급드린 적이 있는데, 집 관련 수리비는 한국과 비교불가입니다. 

 

독일의 집들 중에 20~30년 된 집들은 어느 정도 새집에 해당하는데 50~100년씩 된 집들도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30년 정도 넘은 집들은 내부 리모델링 등을 거치곤 하기 때문에, 자가 보유자는 가끔 큰 돈이 들어갑니다. 

 

최근 10여년을 제외하고 독일의 집값은 항상 안정되었고, 물가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집을 보유하게 되면 적지 않은 유지금액에 집값은 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연식이 오래되면 집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직도 50%가 넘는 독일 사람들은 월세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9년 이후 독일 집값의 급등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 집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공급은 전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같은 국가적인 대규모 주택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지방자치제로서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공급 발표가 불가할 뿐 아니라,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는 구매자의 입맛 때문에 일반 주택을 통해서는 단기간 내에 대규모 주택공급이 어렵습니다. 

 

독일에는 부동산을 여러 채 혹은 수십 채 보유한 사람들이 꽤 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은행 융자 등을 통해 충분하지 않은 자금으로 큰 자산을 구매해서 월세로 유지비와 은행이자를 충분히 감당하고 세금을 낮추고, 세월이 지나 10년, 20년 뒤에는 자산이 엄청나게 불어난다는 로직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입니다.

 

집을 구매한 후에 단기에 파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우선 부대비용이 한국보다 훨씬 큽니다. 부동산 복비가 포함될 경우, 매매가의 12% 정도가 부대비용입니다. 10억 주택을 구매하면, 1.2억이 부동산 복비, 취득세, 등록세, 공증비 등으로 나갑니다. 집 수리비는 제외입니다. 

 

취득 후, 10년 내에 팔면 추가 세금이 붙지만, 10년 뒤에는 세금이 없기 때문에, 자산 투자 차원에서 주택을 구매하였다 하더라도 7~10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저는 최근까지도 이런 부동산 투자의 세계를 몰랐습니다. 

 

월세 살이

집을 구매하지 않고 월세로 산다면, 개인 수입의 막대한 비용을 월세로 내야 합니다. 돈이 정말 아깝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50% 이상의 독일인들은 월세집에 살고 있습니다. 최근 10여 년의 집 가격 급등 이전에는 집 값의 변동이 없고, 오히려 오래된 연식의 집은 집 가치가 차츰 떨어지기 때문에 구태여 집을 보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때문입니다. 

 

매달 1,000유로(135만 원)의 월세를 내는 가구가 만약 집을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은행에 내는 이자(연 1.5% 이하)와 정기적으로 수리/리모델링해야 되는 비용 및 보유세 등을 감안하면 월세를 사나 집을 보유하거나 독일에서는 비슷한 비용을 지출하게 됩니다.  

 

백 년 이상에 걸친 이러한 독일의 안정적이고 투기란 찾아볼 수 없는 부동산 시장에 최근 10년간의 부동산 폭등은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더군다나 최근 몇 년간 부쩍 늘어난 수백만의 난민들이 이제 보호소를 떠나 임대 시장에 수요자로 나오면서 주택 임대료 상승을 부추겼고 이는 매매시장까지 밀어 올리는 중입니다.

 

이래저래 독일에서의 월세살이는 고달픕니다. 

 

제 지인이 2년 전에 입주한 집에서 집주인의 퇴실 통지를 받고, 부랴부랴 다른 월세집을 알아봤는데, 2년 만에 20%가 올랐다고 합니다.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전세 5억 아파트인데, 2년 뒤 6억으로 올린 셈입니다. 독일에서는 역사상 유래 없는 일입니다. 

 

독일에서는 집주인이 갑입니다.

 

월세입자가 자신의 수입을 증명하는 자료를 집주인에게 보여줘야 하고, 집주인의 간택을 받았지만 임대 계약서에는 3개월 전 집주인의 일방 통지를 통해 집을 비워줘야 된다는 항목이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언뜻 이해가 안 가실 겁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월세를 계약하기 전에는 집주인이 갑입니다만, 계약 이후에는 세입자가 갑이 됩니다. 

 

월세입자가 입주 후에 월세를 내지 않고 장기간 퇴실도 하지 않아,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쫓으려 해도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집주인은 법원을 통해 월세입자의 퇴실을 처리해야 되는데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고, 독일 법 자체가 집주인의 재산 보호보다는 월세입자의 권리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집주인은 월세입자의 직업이 안정적인지 여부를 항상 체크합니다. 저의 경우도, 첫 월세 입주할 때, 3개월 급여서류를 보여줘야 했습니다.   

 

 


독일의 상상초월 부동산 복비

일단 부동산 복비가 상상초월입니다.

 

집을 매매할 경우, 저희가 거주하는 NRW주에서는 집값의 3.58%를 부동산 중개인에게 줘야 합니다. 즉, 10억짜리 집을 매매 성사시킬 경우, 3,580만 원이 부동산 복비입니다. 상상이 가세요? 물론, 건축업자로부터 신규로 건축하는 집을 매매할 경우와 집주인이 직접 집을 내놓은 경우에는 복비가 들지 않습니다. 

 

월세의 경우에는 보통 두 달치 월세가 부동산 복비로 나갑니다. 가령, 매달 1,000유로(135만 원) 짜리 월세집을 계약하게 되면, 2,000유로를 부동산 업자에게 일시불로 주셔야 되고, 보통 2개월 월세가 추가로 보증금으로 주인 통장으로 송금됩니다. 월세집 이사 나갈 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 갖은 트집을 다 잡는 집주인들도 꽤 있습니다. 힘들겠죠? 이쯤 되면, 이민 온 지 2~3년 된 한인 가정은 독일에 대해 깊은 빡침을 느끼게 됩니다. 


이사 가지 않는 독일인

독일인들은 이사를 좀체 가지 않습니다.

 

저희 가족이 사는 인구 3만의 소도시는 1980년대 초부터 생기기 시작한 주택단지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당시 입주했던 30~40대 입주자들은 이제 70대 전후의 노인들이 되었습니다. 30~40년 동안 이사를 가지 않습니다.

 

이사를 가는 경우는 그들이 은퇴하는 시점이 되어 연금만으로 생활유지가 어려우면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옮기거나 거동이 불편해서 요양원에 들어갈 경우 등입니다.

 

그들의 자식들도 주위 도시에 살고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왜 이사를 가지 않을까요? 혹은, 이사 가지 않아도 될까요?

 

  • 대학 서열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령, 서울대나 부산대나 대구대나 학교 서열을 가리지 않고, 졸업 여부, 전공 등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로 대도시로 유학 갈 필요가 없죠? 물론, 그렇더라도 멀리 떠나는 자식들도 꽤 많습니다. 대학마다 유명한 학과와 교수님들이 계셔서, 그분들에게 배우기 위해 먼 학교를 택합니다. 
  • 한국의 수도권 밀집현상과 같은 도시 과밀화 지역이 거의 없습니다. 전국적으로 대체로 골고루 사람들이 흩어져 산다는 말입니다. 한국에 비해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도시와 도시 사이에는 넓은 농촌이 존재합니다. 도시와 도시가 연결된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 좋은 기업, 대기업, 강소 중견기업들이 전국에 걸쳐 골고루 퍼져 있습니다. 물론, 구 동구지역이나 남동부 지역은 좀 낙후된 면이 있지만, 구서독지역의 여러 도시들에 유명한 기업의 본사가 비교적 골고루 퍼져있습니다. 일하는 직장을 위해 도시를 옮겨 다니는 일이 훨씬 적습니다. 

위와 같은 사유로 아직도 많은 독일인들은 한 지역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고 부모님과 많이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삽니다. 그러니, 이사 갈 일이 별로 없는 겁니다. 


이사할 때 싱크대 뜯어가는 이상한 독일 사람들

제가 처음 독일에 와서 월세집을 알아볼 때, 현채인으로 채용한 분이 알려줘서 알게 되었는데, 실제 최대 부동산 사이트에 떠 있는 월세 매물의 90% 이상이 부엌 싱크대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싱크대 있는 10% 월세집은 싱크대가 있다고 월세를 더 받거나, 1~2인 가구가 사는 좁은 곳이어서, 저희의 경우 독일에 처음 정착한 월세집에 싱크대를 설치해야 되는 엄청난 일을 아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겨우 해냈습니다.

 

현실은 이렇습니다. 

 

  • 새로 이사 갈 집에 싱크대가 보통 없습니다. 그 전 세입자가 뜯어가기 때문입니다. 
  •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싱크대를 가져갈지, 폐기할지, 다음 세입자에게 팔아볼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가져가기로 결정하면 스스로 싱크대를 분해합니다. 다시 조립해야 될 것을 대비해 사진 찍고, 모든 부품을 꼭 챙깁니다. 
  • 주말이나 퇴근 후에 며칠간 작업을 해서 이삿짐을 옮기는 날 이전에 새로 이사 갈 집 부엌에 싱크대 설치를 마칩니다. 
  • 새로 이사 가는 집에 싱크대 설치 시 필히 문제가 생깁니다. 부엌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고 치수를 잰 다음 가까운 대형 DIY 쇼핑몰에 가서 직원에게 설명하고 필요한 부분을 현장에서 만들어 달라고 해야 합니다. 뭔 소린가 하시겠죠? 여러분이 한국의 인테리어 시공업자에게 시킬 일을 여기서는 당신이 직접 하셔야 한다는 말입니다. 안 그러면, 비용이 많이 듭니다. 
  • 대부분의 독일 가정은 많은 공구들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상상 못 할 수준입니다. 공구시장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래서, 보쉬 같은 공구가 유명한 겁니다.  

독일 사람들은 왜 싱크대를 뜯어갈까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기존 세입자가 뜯어가 버리니, 내가 이사 들어가는 새로운 월세집에 싱크대가 없습니다.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싱크대를 사서 스스로 설치하거나, 이사 가기 전에 살던 집에 내가 돈 들여 설치한 싱크대가 아직 쓸만하면 뜯어서 새로운 월세집에 설치해야 금전적인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도 남과 나누지 않고 자기 것만 먹는 독일인들이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남이 쓰던 싱크대를 그대로 쓰기 싫은 그런 것일까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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