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담가 땅에 묻는 독일 이민가족
혹시, 김장 직접 담가서 드시는 분들 계세요?
요즘엔 김치냉장고가 보편화되어, 사시사철 언제든 김치 담글 수 있고, 사 먹기도 쉽고, 아니면, 엄마, 할머니, 시어머니가 담가주시고 하시니, 굳이 힘들여가며 만들 필요가 없죠.
그런데, 독일 동포들은 대부분 친지가 독일에 없기 때문에 한인마트에서 비싸게 사 먹던지, 아니면 직접 담가 먹던지, 아니면 김치를 적게 먹거나 끊던지, 셋 중에 하나를 택해야 돼요.
한국에 살 때는, 본가에서, 처가에서 김치도 주시고, 반찬도 주시고,
먹고 싶은 게 생기면, 그냥 배달시켜 먹거나, 식당에서 먹으면 되니 아쉬울 게 없었죠.
그런데, 얼떨결에 독일로 왔더니, 특히 먹는 문제가 제일 큰 이슈가 돼버렸어요.
그러면서, 와이프가 자꾸 뭘 만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여러 가지 한국 음식에, 케익(쿠흔), 약간의 독일 음식에 각종 파스타까지 대단한 주부가 돼버렸어요.
독일의 한인 가정에는 대부분 김치냉장고가 없어요.
김치를 적게 드시는 가정은 괜찮지만, 저희같이 매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은 힘들죠.
아, 그리고 배추에 대해서 흥미로운 사실은요, 독일에서 배추를 '중국 양배추'라고 불러요.
생긴 건 한국 배추와 참 비슷하면서도, 한국의 김장 배추와 좀 많이 달라요.
1. 배추 포기가 원래 작아요, 그런데,
2. 이마저, 바깥쪽 초록색 부분은 완전히 다 떼어내 버리고 노란 부분만 팔아요
3. 뿌리 가까운 하얀 부분이 너무 두꺼워요
근처 마트 중에 배추 파는 곳에 가면 보통 5~10포기만 진열해 놓기 때문에, 김장할 때는, 특별히 독일 농장이나 한인 농장에 미리 전화 주문해서 배추를 가지러 가죠.
독일 농장에서 사면, 배추 흰 부분이 두꺼워서 맛이 좀 떨어지더라고요. 배추절임 할 때 주의해야 되고요.
한국 농장의 배추는 흰 부분이 두껍지 않아서 좋아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거의 두 배 비싸고, 좀 멀리 차를 타고 가야 되는 불편함이 있어요.
독일 생활은 확실히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DIY(네가 직접 해!) 생활이 되네요.
지하실과 1층 올라가는 계단 옆에 항아리를 묻었어요.
원래 여기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작은 나무가 있었는데, 항상 찬 공기가 머물러 있어서 김장독 묻기에 최적의 장소더라고요.
수육 먹고 배부른 몸, 삽질하며 힘쓰니 소화도 되고요,
독일 애들이 볼 염려도 없고 ㅎㅎ
아마 보면, 정말 궁금해할 거예요.
저 한국인이 뭐하나? ㅋㅋ
혹시 오해해서 경찰서에 신고할 수도 있어요.
독일 애들 신고정신, 고자질 정신이 정말 투철하거든요. 그리고, 항상 창문 뒤에 그들이 지켜보고 있어요.
진짜예요 이거 ㅎㅎ.
내년 2월 말 정도에 최저기온이 10도 근처를 지속하게 되면, 땅에서 파내죠.
물론, 그전에 1~2번 꺼내 먹는데요, 그 맛이 정말 끝내줘요. 온도 변화가 아주 적어서 그런 듯하네요
2019년에 독일 한인마트에 젓갈 파동이 일었었죠. 젓갈이 몇 달 동안이나 수입이 되지 않았었는데, 아마도 독일 수입 통관할 때, 문제가 되어서 한동안 수입 중단이 되었었나 봐요.
그래서, 김장을 한국의 젓갈을 못 쓰고, 자구책으로 동남아 젓갈을 사서 김장에 썼는데, 김장김치 맛이 영 이상해서
참 속상했었죠. 젓갈에 쓰는 생선이 달라서 그리고, 소금이 달라서 그런가 봐요.
이상 지난 12월에 담갔던 김장 일기였어요.
독일에서 사는 한국인의 삶은 이래요.
한국에서 안 하던 짓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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