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한국 아파트 이름
제가 한국을 떠나기 1년 전 살던 아파트는 수도권 어느 도시의 하얀마을 '경남아파트'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었습니다.
1기 신도시가 지어진 곳에 위치한 아파트들인데, 그곳 주변의 아파트 이름을 한 번 적어보겠습니다.
- 경남아파트
- 동남디아망아파트
- 풍림아이원 아파트
- 한양수자인 아파트
- 상동 자이 아파트
- LGSK아파트
- 창보 밀레 시티 아파트
- 한라비발디 아파트
- 서해그랑블 아파트
- LG아파트
- 동성아파트
- 형진아파트
- 범양아파트
- 건영아파트
- 현대아파트
- 금호 한양 한신아파트
- 삼환 한진아파트
- 동아아파트
- 쌍용아파트
- 대원아파트
- 삼보 영남아파트
- 주공아파트
- 한신 삼부아파트
- 쌍용 효성아파트
- 효성 센트럴아파트
- 신성미소지움 아파트
이름을 보시니 느낌이 어떻습니까? 대체적으로 아파트 시공사 이름이 붙은 경우가 많이 보이죠? 그 시절에는 대체로 이러했습니다. 삼성건설이 래미안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래로 일부 중대형 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광고하기 시작한 때가 2000년대 초였던 거 같습니다.
최첨단 꼬부랑 심오한 아파트 이름들
본래 상품에 이름을 붙일 때는, 그 상품의 카테고리와 특징 및 브랜드를 살려 짓습니다. 과거의 아파트 이름은 대체로 건설사/시공사 이름에 아파트를 붙이고, 혹은 그 아파트 건설사만의 고유한 브랜드 이름을 하나 집어넣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얼마 전에 한국 아파트 이름들을 무작위로 접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이름들을 쳐다보며 서류를 작성하다 보니, 제 머리가 아연실색 핑 도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무슨 해괴한 이름들인가? 왜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인가? 이게 다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붙인 것일 텐데. 정녕 한국인들은 이런 이름이 붙은 자신의 아파트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인가?
역시 저는 2000년대 사고에 머문 한국인임이 분명해졌습니다. 제 머리가 핑 돌게 된 아파트 이름을 아래 적어봅니다. 아파트 이름의 뜻을 유추해보았습니다.
- 양우내안애 x차 리버파크: '양우'는 지명일 테고요, '내안애'는 '내 안의'와 '내 안을 사랑'이라는 뜻의 이중 의미인가요?
- 모아미래도 파크힐스: '모아미래도'라는 말이 참 생소하네요. 미래도가 뭐지요? 미래의 도(道)?
- 호매실휴먼시아x단지아파트
- 경동미르웰시티: 미르웰이 뭐지요?
- 운정센트럴 푸르지오
- 경희궁의아침 x단지 아파트: 이름 참 좋습니다!
- 롯데캐슬파크타운: 캐슬과 파크와 타운의 조합이네요. 성(城)과 공원과 주거지가 모인 곳이라는 거대한 뜻이군요!
- 엘에이치옥길브리즈힐: 브리즈힐이라면, breeze hill 뜻하는 건가요?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언덕? breeze라는 단어를 쓰다니 너무하군요.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breeze라는 뜻을 바로 알아차릴까요.
- 경동 리인타워: 리인이 무슨 뜻인가요? re-in-tower 다시 타워에 들어간다? 이건 아닌 거 같은데요.
- ESA아파트: 알 길이 없네요.
- 이편한세상: 정말 좋은 이름입니다. I(인터넷, IT)-편한세상 혹은 '이토록 편한 세상'이라는 이중 의미네요.
- 금성백조 예미지 아파트: '예미지'라면, 한자 조합같은데, 예의, 아름다움과 지적인 것? 좀 과하네요.
- 효성해링턴플레이스: 해링턴은 검색해보니 영국의 유명 사상가네요. 이런 이름이 왜 붙죠? 이순신아파트가 어때요?
- 신안 인스빌: 인스빌? Innsville인가요? Inn이라 하면 아주 소박한 숙박시설인데, 의외네요 이런 이름을 쓰다니.
- 로이빌: 이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이름이네요. 로이라는 흔한 서양인 이름을 붙인 건데 씁쓸하네요. 철수언덕.
- xx린스트라우스: 린스트라우스? 도저히 모르겠네요 무슨 뜻인지.
- 종로대우디오빌: 디오빌이라면 dioville 혹은 doville일 텐데, ville가 주거지라는 뜻이고, dio는 이태리어로 '신 GOD'라는 뜻인데, 설마 신(神)이 사는 곳이라는 뜻인가요?
- 신동백롯데캐슬에코x단지: 캐슬과 에코의 만남. 자연적인 숲. 아파트가 성(城) 일리도 숲 일리도 없는데 과하네요.
- 브라운스톤아파트: 평범하게 느껴집니다. 갈색돌 아파트.
- 포웰시티 푸르지오 라포레: 머리 깨지네요 .포웰시티는 무슨 뜻인가요? 라포레는 뭔가요?
- 힐스테이트펜타힐즈: 힐 스테이트 펜타 힐즈, Hill State Penta Hills 언덕 도시 오각형 언덕
- SK허브수: 허브수? 허브 향기와 물이 흐르는?
- 대방엘리움x차 아파트: 엘리움? SF영화가 떠오르네요. Elium의 뜻을 찾아보니, 액체 열가소성 수지
- 헬리오시티: 헬리오? Helio. 검색해보니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이네요. 태양도시. 한글이 촌스럽게 느껴지네요.
- 롯데캐슬클래식아파트: 귀엽습니다. 아주 평범하게 캐슬 클래식이네요. 고전적인 성 같은 아파트
- 한승미메이드아파트: 미메이드? 아름답게 만든? 美 made?
- 더샵 그린워크 x차: the shop green walk 푸른 길이 있는 인테리어 훌륭한 샾 같은 아파트?
- 럭셔리빌라: 아~ 제가 다 부끄럽네요. 여기 안 살고 싶어요!
딴지걸기
제가 아무리 2000년대 말에 한국을 떠나온 사람이라지만, 최근의 한국 아파트 이름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꼰대 성질을 내고 싶은 심정입니다. 한국인들이 언제부터 영어를 그렇게 잘했다고, 오만군데 영어를 이렇게 남발하고, 입만 열면 영어단어를 그렇게 섞어서 말하는지요? 이건 정말 부끄러운 자화상입니다. 그냥 한글을 쓰자는 국수적인 사고로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고, 국제어인 영어를 어느 정도 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도가 너무 지나치다 생각합니다.
프랑스와 독일 등의 국가들은 국민들의 일상 언어 속에 영어가 침투하는 것을 경계하며 자국어를 지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는 하지 못하더라도 아무 뜻도 모르면서 쓰는 이런 무분별한 사용은 정말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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