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5월 8일(토요일)이 한국에서는 어버이날이었죠?
코로나로 다들 찾아뵙기는 어렵고 전화로, 택배 선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도 하셨겠습니다. 저희는 여느 때처럼 한국의 부모님들께 전화만 드리고, 손주와도 통화하게 해 드렸습니다.
독일에는 어머니날이라고 있습니다.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로 정해져 있는데, 올해는 오늘인 5월 9일입니다.
어제(5/8 토요일) 마트에서 장을 본 후에, 자주 가는 화원으로 들락날락하는 차량 숫자가 심상치 않게 많아서, 평소에는 거의 들르지 않는 집 앞 화원에 토마토 모종을 사러 갔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화원을 포스팅 한 번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제가 보여드릴 사진들은 화원을 찍은 게 없고, 구매한 것들만 찍었습니다. 참고로 독일 화원은 한국보다 규모가 큽니다.
집 앞 화원에서 구매한 소소한 것들
매년 이맘때에는 집 정원 한쪽에 소소한 한국의 채소 거리를 심습니다.
올해는 4~5월 날씨가 냉해서 시기가 다소 늦었는데, 화원에서 호박과 토마토와 꽃식물 두 가지를 사 왔습니다.
저한테 꽃 이름은 묻지 마세요.
제가 아는 꽃이라고는 장미, 튤립(가끔 장미와 헷갈립니다), 국화, 개나리 정도밖에 없습니다.
호박은 작은 모종 3 뿌리에 단돈 1.2유로, 약 1600원에 구매했습니다.
한국의 둥그런 호박은 아니고, 길쭉한 모양인데, 쥬키니라고 부르네요. 독일은 일조량이 한국의 60% 수준밖에 되지 않아서 많은 수확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냥 한국의 정취를 느끼는데 만족하고 서너 번 잎을 따다 삶아서 쌈 싸 먹는 정도를 기대하고 호박은 2~3개 정도 열리고 끝입니다. 올해에는 땅도 넓게 파고, 거름도 많이 넣어줬는데 작년보다 훨씬 풍성한 수확을 기원해봅니다.
제가 매년 사고 싶어서 마나님 졸라서 사고야 마는 토마토입니다.
그럭저럭 독일에서는 잘 자라는 편이고, 나중에는 너무 커지고 토마토 수확량이 많아서 처치곤란 지경에 까지 이릅니다.
거름을 잘 쓰지 않으면 우리가 마트에서 사 먹는 탱글탱글한 토마토와는 거리가 멀어 먹기 힘든 아주 물컹하고 사과 품종 중에 '부사' 같은 식감이 납니다.
독일 화원의 베스트셀러, 목 뎅강 조각상
독일의 모든 화원에 가면 예외 없이 항상 전시되어 있는 카테고리 품목이 있습니다. 한국에 만약 이런 것을 판다면 논란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 사진들 한 번 보시죠.
찾으셨나요?
여기는 집 앞의 크지 않은 화원이라 목 뎅강 부처 조각상이 아주 소소하게 작은 것들로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자주 가는 규모가 더 큰 동네 화원에 가면 종류나 크기가 더 다양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냥 데코레이션만 한 거 같이 보이시죠?
판매를 하는 것들입니다.
독일에 Metro라고 하는 대형 마트가 있는데, 한국으로 치면 코스트코 같은 곳으로 대용량 제품을 많이 파는 곳입니다. 그곳에 가면, 초대형 부처 머리 조각상 여러 개를 볼 수 있으며, 가격도 상당히 비쌉니다.
부처 머리상이 팔릴까요?
개인적으로 불교신자로서 독일에 처음 와서 마트에서 이런 걸 발견하고는 상당히 놀랐었습니다. 가끔씩 실제로 저런 부처 머리상을 정원 한 모퉁이에 놓아둔 집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전에 살던 집 이웃이 그랬었습니다.
한 번은 저희가 이웃 독일인에게 이것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의견이니까 일반화는 어렵겠지만, 여하튼 그분의 의견을 아래 말하는 문장 형식으로 적어봤습니다.
독일인들은 불교를 종교가 아닌 어떤 마음수련, 철학, 삶의 안식 같은 느낌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입니다. 물론 모든 독일인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극소수는 아닌 적지 않은 수의 독일인들이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
일부 독일인들이 특별히 불교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심지어는 천주교인이거나 개신교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정원이나 집안에 부처의 머리상을 데코레이션 개념으로 놓아두는 것은 '허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불교에 대해서 좀 아는 교양 있는 사람이야'라는 느낌 말이죠!
약간의 불교 이야기
불교가 유럽에 전파된 가장 주요한 사건은 중국의 티베트 침공과 박해였다고 합니다.
중국의 티벳 침공(1949년) 당시 티베트 인구의 1/5인 백만 명 이상이 살해되었다고 하며, 그중 15만 명이 불교 스님(비구니/여스님 포함)이었으며, 입에 담기 힘든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되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유럽인들은 유대인 마케팅을 그렇게도 하는데, 그보다 뒤에 발생한 티베트과 위구르 인종 대청소에 대해서는 자신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이렇다 할 목소리를 못 냈고, 지금도 상황은 변함이 없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중국의 티벳 침공'에 대한 인터넷 글이나, 달라이라마의 저서를 보시면 실상을 아실 수 있습니다.
여하튼 중국의 침략에 달라이라마를 비롯해 일부 승려들이 인근 인도나 부탄으로 탈출하였고, 그분들 중 일부가 또 프랑스 등 유럽에 많이들 와서 티베트식 불교사원(라마교, 밀교)을 열고 불교를 포교하였습니다. 현재 유럽에서 불교가 가장 많이 전파된 나라는 프랑스이며, 인구의 약 1% 정도인 60만 명 정도의 신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대부분 티베트 불교 신자들입니다.
이런 불상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원래 원시불교(초기불교)에서는 어떤 조각상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우리가 아는 절(사찰)도 없고, 그냥 단순히 스투파(탑)만 있었습니다. 부처님(석가모니)의 사리를 갈아서 얻은 일부 가루를 담아 스투파(탑)에 넣고 거대한 탑의 표면에 부처의 행적이나 말씀을 적고 고대 사람들은 그 주위를 돌면서 기도를 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다가 인도인들이 고대 그리스로부터 그리스 조각상을 접하게 되고, 이것은 인도인들에게 큰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으며, 이때 비로소 부처의 조각상들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한국 절에서 보는 부처님 조각상이 이때 탄생한 것이며, 재미있는 것은 부처 얼굴 모습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초기 부처의 얼굴은 그리스 조각상의 얼굴을 닮아있었다고 하네요. 신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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