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고속도로를 Autobahn이라고 부릅니다. 자동차라는 뜻의 Auto와 길/통행로 혹은 기차라는 뜻을 가진 Bahn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인데,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자동차 길'입니다.
제가 독일 아우토반이 속도 무제한이라는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을 여러분께 알려드리려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처한 사실과 다른 특별한 걸 알게 되면 아래와 같은 질문이 당연스럽게 따라옵니다.
- 왜 독일은 속도가 무제한이지?
- 왜 한국은 오랜 세월 100km에 묶여있지?
오늘은 제가 그 이유를 소상히 아뢰겠습니다, 물론 100% 제 뇌피셜입니다.
설득당할 준비 되셨나요?
아우토반, 진짜 속도 무제한!!!
일단 제가 찍은 짧은 동영상 하나 보고 갈게요.
2021년 1월 3일 저녁시간, 독일 아우토반인데, 편도 2차선의 좁은 길인데, 무제한 속도 지역입니다.
- 겨울비가 조금씩 으슬으슬 내리고 있습니다. 바닥이 조금 미끄럽겠죠?
- 기온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겨울 저녁임을 감안하면 4~5도 정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독일은 가로등이 없습니다. 대신 반사경 같은 것이 있습니다. 가로등 없는 이유는 식물과 동물들에게 빛 공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이며, 이는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동식물들에게 불편함을 줄여주겠다는 자애로움입니다. 우리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 저는 2차선에서 120km 정도에 맞춰서 가고 있습니다. 차량의 수동 계기판이 아니고, 핸드폰 네비에서 보여주는 속도이므로 정확합니다.
- 저를 앞서가는 1차로의 차들은 겨울에 가로등도 없고 비가 내려 살짝 미끄러운 고속도로를 대략 140~150km 정도로 달리고 있습니다.
- 독일에서 1차로는 추월차로입니다. 항상 비워둬야 되며, 추월할 때만 들어갑니다.
- 독일에서 1차로를 무심코 160km로 달리다가는 어느새 뒤에서 빵빵거리는 180~200km 달리는 차량에게 기겁하게 됩니다.
어떻게 아우토반은 속도가 무제한이 되었나?
짧게 역사적 팩트를 집어 드리겠습니다.
- 2차 세계대전 패망(1945년) 이후, 1952년에 독일 정부는 고속도로 속도제한을 없앴습니다.
- 이유는 경제 재건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딱히 와 닿는 설명은 아닌데, 논지는 이동수단의 속도제한을 없애서 물류흐름을 빠르게 해서 경제 개건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라고 합니다.
- 초기에는 많은 우려와 반대를 낳았습니다. 대형 교통사고, 사망사고의 증가가 불을 보듯 뻔했습니다.
- 예상대로 초기에는 대형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과 부상자의 증가로 큰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 그런데, 독일 국민들이 서서히 적응해 갑니다. 주행 매너를 오히려 엄청나게 잘 지키게 되면서 다른 나라보다 사고율이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신기하죠? 사고 나면 죽음이니까 서로 조심하는 겁니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
독일 하면 떠 오르는 산업이 무엇일까요?
바로 자동차 산업입니다. 지난 글에서도 잠깐 언급드렸습니다만, 독일 자동차 브랜드는 정말 많습니다.
- 럭셔리카: 마이바흐, 벤틀리
- 프리미엄: 벤츠, BMW, 아우디
- 스포츠카: 부가티, 람보르기니(=이태리 브랜드, 폭스바겐 그룹 소속), 포르셰
- 세미 프리미엄: 폭스바겐
- 대중차: 스코다, 오펠, 스마트, 세트라, Alpina, Seat, Ducati
- 대형차: 다임러 트럭, 스카니아(트럭), Man
독일 노동자 4명 중, 1명이 자동차 및 그 연관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엄청나죠?
아우토반이 가져온 엄청난 경제 파급력
아우토반은 독일 자동차 산업의 엄청난 도약을 가져옵니다. 왜 그럴까요?
저의 논리를 잘 따라와 보세요.
무제한 고속도로를 달려야 되는 자동차가 있습니다. 당신이 독일 자동차 회사의 연구원이거나 경영진이라면 자동차를 어떻게 만들어야 될까요?
간단합니다. 150~200km/h의 속도로 달려도 운전자가 편하다고 느끼면 됩니다! 쉽죠? 그런데, 이게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차량 운전자가 고속도로를 매일 160~180km/h의 속도로 달리더라도 차량 엔진이 최소한 10년 이상은 잘 달려주어야 합니다. 엔진뿐인가요? 엔진에서 발생한 힘을 바퀴에 전달하는 모든 구동장치며 수 천 개의 부품들이 고장 없이 버텨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독일에서 차를 판매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은 미국이나 프랑스, 일본의 차량 메이커들보다 더 엄격한 기술 수준을 요구받으며 차량 연구에 매진하였고, 지금도 월드 탑을 무난히 지키고 있습니다. 물론, 가격은 많이 비쌉니다.
이 모든 것이 아우토반이 아니었으면 어불성설이라고 저는 주장합니다. 고속도로가 무제한이 아니었더라면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이 그런 기술 진보를 이룰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한국은 왜 아직도 100km/h인가?
유럽 다른 나라의 경우, 무제한 고속도로가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제 경험으로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속도제한 120~140km/h입니다. 예외적으로 국토 대부분이 산악지대인 스위스는 80~100km/h입니다.
그거 아세요? 독일은 일반 국도의 제한속도가 100km/h입니다. 속도 표시가 없는 지역은 100km/h가 제한속도이고, 굽은 길이거나, 합류하는 곳, 신호등이 가까운 곳에서는 50~70km/h의 제한을 둡니다. 여하튼 한국 고속도로 제한속도가 독일에서는 일반 국도 제한속도라는 사실이 참 웃픈 현실입니다.
자, 이제 저희 한국인에게 뼈아픈 현실을 알려드릴 차례가 왔습니다!
왜 한국은 아직도 100km/h의 제한 속도를 그대로 두고 있을까요?
정부가 말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 한국 고속도로 설계 속도는 120km/h입니다. 즉, 건설할 때, 120km/h에 달려도 무방하게 합니다.
- 정부는 제한속도를 설계속도보다 10~20 정도를 낮춰서 설정하므로, 100km/h가 제한속도입니다.
- 설계속도가 120km/h에 맞춰진 이유는 한국 국토가 산악지대가 많아 고속도로를 직선으로 길게 뽑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들으면 그럴싸합니다. 그러나, 저는 음모론을 제기합니다.
저는 현대자동차의 힘이 정부 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100km/h에 맞춰지게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대차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독점 지배 업체입니다. 현대차의 눈밖에 나는 국토부 고위 관료나 학계 교수들은 한국사회에서 출세하기가 어렵습니다. 현대차가 싫어하면 정부가 그 정책을 추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 현대자동차는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올리는 것에 왜 반대할까요? 솔직히 반대한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전적으로 제 뇌피셜입니다만,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 알지만 업계의 아는 사람 누구도 말하지 않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여기 그랜저와 BMW5 시리즈가 있습니다. 차량 사이즈는 거의 대동소이하지만, 차량 가격은 그랜저가 최소 1~2천만 원 더 쌉니다. 옵션은 당연히 그랜저가 더 좋습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 100km/h에 묶인 한국에서 BMW 5 시리즈는 솔직히 필요가 없는 모델입니다. 가격만 비싸지, 그랜저보다 좋은 점이 없습니다.
그런데, 무대를 독일로 옮겨보겠습니다.
리무진 차량에 대한 독일인들의 브랜드 호불호는 일단 제외하고, 독일 아우토반에서 평소에 150~200km/h로 두 차를 정기적으로 주행한다고 했을 때, 우리가 생각해야 될 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 차량이 고속 주행 시 안정감이 있는가? 도로에 착 붙어 달리는 느낌이 드는가?
- 바닥이나 창문에서 전해져 오는 소음은 견딜 만 한가?
- 고속 주행 중, 사고 시, 운전자를 보호하는 능력(에어백 작동, 사이드 빔 능력, 엔진 자동 탈락)은 어떤가?
- 수년 동안 고속 주행을 반복해도 엔진의 성능에는 이상이 없는가?
고속도로 주행속도가 올라가면 현대기아차에게 어떤 불이익이 있을까요?
현대기아차가 고속도로 제한속도 상향을 반대하는 비공식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 소비자 불만 증가, 매출 하락
- 고속 운행 시의 품질 향상 위해 더 비싼 부품을 써야 하므로 이는 제조원가 상승 및 수익 악화 초래
한국의 고속도로 제한속도가 만약 유럽과 같이 130km/h 정도로 상향된다면 당장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한국 운전자들은 감시카메라가 없는 직선주로에서 140~150km/h는 수시로 넘나들 겁니다. 이러면 한국 차량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높아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자연스럽게 현대기아차 판매량 하락과 독일산 자동차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겁니다
제 주장이 비약인가요?
우리가 사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힘은 돈에서 나오며, 경제권력이 사회를 좌지우지합니다. 다만 일반 국민들의 눈에 잘 안 띄게 작용합니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니까요.
혹자는 제게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현대기아차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잘 팔고 있지 않느냐? 품질이 인증된 거 아니냐?
예, 맞는 말입니다. 현대 기아차의 품질 수준은 이미 프랑스, 이태리, 미국, 일본차와 견주어 손색이 없습니다. 다만 고속주행 시 안정성 등에서는 아직까지 독일차에 비해서는 실력이 많이 모자랍니다.
제가 주장하는 것은 한국 국내 시장에서의 독일산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 상승을 견제하려다 보니 고속도로 제한속도가 아직도 100km/h에 멈추어 있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속도 제한을 올리는 것은 독일산 자동차의 장점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속주행 시의 품질 불만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미국산도 일본산도 여타 유럽산도 아닌 독일산 자동차를 찾게 될 것입니다. 한국시장에서 외제차라고 하면 곧 독일차나 마찬가지니까요. 아직도 독일산 차량은 한국인에게 많이 비싸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경제 수준이 꾸준히 상향되고 있고, 10~20년 뒤에는 중산층이면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독일산 차량을 선택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며, 고속도로 제한속도의 상향은 독일산 차량의 한국시장 판매 점유율 상승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제한속도 상향은 당장 현대차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겠지만, 이것이 국내 소비자의 더 높은 품질 수준 요구로 이어지고, 더 높은 가격을 받아들이게 되는 미래에는 현대차에게도 좋을 수 있습니다.
벤츠는 원래부터 명품 브랜드였지만, BMW는 1970년대부터 고급 브랜드로 올라섰고, 아우디는 1990년대 들어서서야 빅 3에 끼어들었습니다. 즉 그 이전에는 BMW나 아우디도 그저 그런 일반적인 유럽 브랜드였습니다. 현대차도 먼 미래에는 글로벌 탑 브랜드가 되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 고속도로 속도 한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독일 생활 > 경제, 쇼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의 광고모델 (5) | 2021.05.26 |
---|---|
독일 대형 마트의 한국식품 현주소 (11) | 2021.05.23 |
삼성 태블릿 S7+ wifi 128G 미국 직구 to 독일 (9) | 2021.04.16 |
OECD 최저 국가채무증가율, 죽어나는 한국 서민들 (7) | 2021.03.13 |
브렉시트, 영국 몰락의 상징 (14) | 2021.03.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