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중진국 예약, 영국
영국과 EU 간의 브렉시트(Brexit)가 2020년 12월 연말에 타결되었습니다.
제가 미래를 예견하는 미래학자는 아니지만, 단언컨대 여러분이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때, 영국은 그저 그런 옛 추억에 젖은 힘 빠진 늙은 사자, 중진국 언저리에 가 있는 나라가 되어 있을 겁니다. 2040~2050년 정도 되면 우리가 눈밑에 두고 봐도 될 수준으로 내려가 있을 겁니다.
정말 그렇게 되는지 저와 내기하실 분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영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살짝 살펴보고 브렉스트의 영국 경제 파급효과를 알아보겠습니다.
영국, 어떤 나라였나?
영국, 참 대단한 나라였습니다.
과거형입니다.
유럽 중세의 오랜 침체와 르네상스를 거쳐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역사의 주인공으로 서서히 떠오른 영국은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기까지 막강한 경제력과 해군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1/4을 식민지로 두고 관리해 본 나라, 몽골보다 더 큰 제국을 건설한 나라입니다.
어떻게 1/4이 되느냐고요? 한 번 읊어볼까요? 한 때 영국이 지배했던 주요 국들입니다.
- 유럽: 영국 본토,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섬 몇 군데(군사 요충지. 지브롤터 등), 몰타, 사이프러스(키프로스). 유럽은 다른 열강들의 견제로 식민지는 별로 없죠.
- 아시아: 홍콩, 인도, 네팔, 버마, 아라비아반도 여러 중동국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파푸아 뉴기니, 호주, 뉴질랜드, 태평양 여러 섬들
- 아프리카: 이집트, 수단, 나이지리아, 남아공, 스와질란드 등 아프리카의 1/3 식민지로 소유
- 북미: 미국, 캐나다
- 그 외: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수많은 섬들. 군사적 전략 요충지들.
섬나라의 장점_영국, 일본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가장 유리한 점은 자신들의 침체기에도 외부 대륙 지배자의 침략 걱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영국과 일본의 경우 척박한 농경지로 인해, 과거 유럽 본토와 동아시아 대륙의 왕조들 입장에서는 침략해서 지배하더라도 경제적으로 크게 이득 될 만한 것이 없고, 군사적으로도 바다를 건너야 쳐들어 갈 수 있다는 제약 때문에 쉽게 침략을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쉽게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 조상의 머릿속은 항상 북방민족과 중국 본토에 온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영토 분쟁이든, 무역이든 모두 북서쪽 대륙과의 관계만 집중했지, 바다 건너 일본은 무관심으로 일관했습니다.
몽골이 북반구를 거의 점령할 태세로 위력이 어마어마할 때도, 바다를 건너다 태풍의 영향으로 두 번이나 여몽연합군의 일본 정벌이 시작도 못하고 실패로 돌아갔었습니다.
독일의 경우 세계대전 중에 해군력이 취약해 결과적으로 영국 침공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와 같이 북반구의 규모 있는 섬나라들은 자신들이 분열되고 힘이 미약할 때에도 외부 침략에 안전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고, 반대로 자신들이 내부적인 통일과 혁신을 이루어나가게 되면, 그 힘을 쉽게 밖으로 뻗었습니다.
섬나라가 내부적인 힘이 넘쳐 대륙으로 진출하려고 할 때, 이를 경계해야 되는 대륙의 세력들은 섬 쪽으로는 항상 무관심으로 일관했기에 완전한 방심 상태였습니다. 조선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섬나라가 모든 문명의 마지막 종착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섬나라는 항상 배움에 목말라 있습니다. 그래서, 대륙의 여러 문명이 마지막으로 모여 서로 융합되어 그곳에서 마지막 불꽃을 피운다고 하는데, 이는 섬나라 민족들이 항상 선진 문명에 대한 갈증을 느껴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섬나라 일본의 전성기
우리나라 사람들 만큼 전 세계에서 일본을 깔보는 사람들도 없을 겁니다.
전 세계 어느 국가든, 이웃 국가와 사이좋은 국가는 없습니다. 독일만 하더라도 주변의 프랑스, 영국과 역사적으로 항상 티격태격하며 지금도 국가 간의 그런 감정들이 남아있습니다.
우리의 일본에 대한 역사적인 감정보다는 약하지만, 그들도 세계대전 중에 서로 적국이었던 관계이며, 역사적으로 오늘은 적이었지만, 내일은 친구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섬나라로서 일본의 전성기는 천년 이상의 그들의 역사 속에서 보자면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대륙의 문명이 전해지고 내부의 힘이 축적되면서, 에도막부시대(17~19세기)에는 에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인구를 가진 도시였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수긍하기 쉽지 않지만, 1800년 즈음 유럽에서 가장 잘 나가던 런던이 87만, 파리가 58만의 인구를 가진 국제도시였는데, 에도가 그 당시 100만 국제도시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에도에 전 세계 상인들이 많이 드나들었습니다.
이 힘이 메이지유신을 거쳐 단기간에 20세기 초에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과 힘겨루기를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어쩌다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과거 세계 초강대국의 추억을 가진 영국 백인들이 EU 내에서 독일, 프랑스와 힘겨루기 하기가 짜증 났고, 특히나 독일에 밀리는 현실이 싫은 상태에서 이를 이용한 포퓰리즘 정치세력의 구호에 일반 대중이 무섭게 반응하여 얼떨결에 표결로 결정 난 희대의 코미디 사건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나이 많은 백인 남자들의 객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앞으로 영국은 어떻게 될까요
영국은 서서히 몰락해서 20년 뒤에는 선진국에서 밀려나 중진국에 위치하고 있을 겁니다.
EU에서 빠져나간 영국의 진정한 문제는 주력인 금융산산업이 서서히 몰락할 것이라는데 있습니다.
영국 주력 산업, 금융업
영국이 그나마 선진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었던 데는 그들의 조상들이 물려준 국제사회에서의 지위, 미국과의 콜라보,
아직 상당한 군사력과 금융산업 정도입니다.
특히나, 금융산업, 이것이 빅 이슈입니다.
이번에 EU가 영국과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보류한 것이 이 금융분야입니다.
영국이라고 말하면, 여러분들은 혹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업이나 브랜드가 있습니까?
독일이라고 하면, 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같은 자동차 브랜드, 바이엘 같은 제약, 지멘스, 보쉬 같은 정밀금속 등은 제외하더라도 정말 수많은 기술 중심의 강소기업들이 즐비합니다.
미국은 엄청난 무역적자에도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면 그만인 나라이기도 하지만, 인텔, 포드, GM, GE 등 전통적인 거대기업 외에도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 등 수많은 새로운 거대기업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반면, 영국 하면 떠오르는 큰 기업이 있습니까? 아마, 제조업체로는 좀처럼 찾기 힘들 겁니다.
영국은 제조업보다는 금융산업이 주력입니다. 한국의 금융산업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아마 금융산업 하면 실감이 나지 않으실 겁니다. 아래 약간은 철 지난, 3~4년 전의 데이터를 한 번 보시죠.
영국의 수도 런던은 세계 최대의 금융허브 도시,
세계 외환의 41%, 채권 발행의 54%, 채권 유통의 65%, 파생상품의 49%, 유로화 거래 40%,
EU 내 헤지펀드/외환거래/파생상품/사모펀드/해상보험/펀드 운용의 50~80% 점유
대단하지 않습니까?
유럽 최대 HSBC(자산 3000조, 국민은행의 8배), 바클레이즈, 로이즈 TSB, RBS, 스탠더드차타드 은행 등과 프루덴셜, AVIVA 등의 보험사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반도체 이상의 경제적 위상을 가진 것이 영국의 금융업입니다.
브렉시트, 영국 몰락의 점화플러그
앞으로 있을 영국과 EU 간의 추가 브렉시트 협상에서 금융 쪽 협상이 영국 맘대로 가지 않을 겁니다. EU는 영국의 금융산업을 가져올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할 당위성이 있습니다. 영국이 싫다고 EU에서 나갔으니 원칙대로 하면 됩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많은 금융업체들이 고립된 영국을 피해 유럽 본토로 주력 근거지를 이미 옮겼거나 앞으로 옮길 겁니다. 영국 금융산업이 독일이나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대륙 쪽으로 이동할 것이며, 이는 엄청난 돈(자산)과 인력이 유럽 대륙으로 옮겨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형 금융사 직원들이 대륙으로 주거지를 옮겨야 되고, 영국은 많은 고급 일자리를 잃게 되고,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점점 잃게 됩니다.
영국 금융산업의 하락 혹은 몰락은 영국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상상해보세요. 만약 현재 대한민국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가 그저 그런 이류 업체이며 관련 반도체 생태계가 중국이나 일본에 밀리는 상태라면, 지금의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은 두 단계는 밑으로 떨어져 있을 겁니다.
영국에게 금융산업은 그런 의미입니다. 영국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가장 큰 돈벌이인 금융업을 제 발로 걷어차버린 겁니다.
영국 파운드화는 힘을 점점 잃어갈 겁니다. 최근 1파운드에 1.1~1.15유로 정도인데, 향후에는 1.0 이하로 내려가서 유로화 가치가 더 세질 겁니다.
영국의 사례를 보면서 국민이 멍청하면 엉터리 정치인을 선출하게 되고 나라가 쇠퇴하는 길로 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정치인이 헛짓을 하는 것은 모두 투표로 뽑아준 그 국민들이 원인제공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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