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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활/독일인은 누구인가?

독일 혼탕 사우나, 철수엄마와 영희아빠가 함께

by 댄초이 2021. 3. 7.

세계 유일무이한 혼탕 사우나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모르시는 분들은 전혀 모르시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세계 유일무이의 독일 혼탕 사우나입니다. 

 

저는 아직 용기가 나지 않아 가보지 못했습니다. 

 

과거 한국 회사에 몸 담고 있을 때, 본사에서 사장님이 출장 오시면 넌지시 물어보시곤 하셨는데, 체면 때문이신지 가보자는 말씀은 전혀 안 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친구는 갔었더니 온통 할아버지와 아저씨밖에 없었다는 경우도 있고, 어떤 친구는 갔다 오더니 갖은 무용담을 늘어놓기도 했었습니다. 

 

 

 


우리 집 사우나실

저희 집 지하실 한 모퉁이에 사우나실이 있습니다. 신기하시죠?

저희 가족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쓸모없는 공간이지만, 독일 주택 중에 이런 사우나실을 갖춘 집들이 심심찮게 있습니다. 

 

재미로 저희 집 사우나실 사진 몇 장 보여드립니다. 

 

 

사우나실 입구

 

사우나실 바로 밖에는 앉아서 옷을 벗어 걸어둘 수 있는 공간과 샤워시설,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두껍지만 가벼운 나무 문
3~4명이 함께 앉거나 누울 수 있는 공간

 

 

 

 

1982년에 건축된 집인데, 사우나실이 아직 새 것 같이 튼튼하고 흠 하나 없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돌을 데우고 거기에 물을 부어 증기를 내는 습식 사우나 형태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독일의 사우나 문화

저희가 이 집에 들어온 것은 2017년이었고, 이 집은 1982년에 독일인 부부가 건축하여 입주한 주택입니다. 

이 동네 인싸였다고 하는 할아버지는 오래전에 세상을 뜨셨고, 이 집은 그분이 살아 계실 동안에는 이웃 주민들과 함께 여기서 사우나를 즐기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특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독일의 사우나는 남녀 혼탕이라고 제가 서두에서 말씀드렸는데, 이것은 가정집의 사우나실에도 해당이 됩니다. 가족끼리 같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니냐고요? 

 

그 정도면 제가 말을 꺼내지 않습니다.

 

이웃사촌과 함께 사우나를 즐깁니다. 무슨 말인지 퍼뜩 감이 안 오실 겁니다. 

 

이런 겁니다. 

 

우리 집 남편과 옆집 아줌마가 한 사우나실에 같이 들어간다는 말입니다. 

 
들어갈 때 모든 옷은 벗습니다.
흰 타올 하나 가지고 들어가서 흐르는 땀이 나무판 위에 닫지 않게 합니다. 몸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상한 상상이 가능합니다만, 독일에서는 이런 일이 실제로 다반사로 일어난다고 들었습니다. 믿기 힘드시죠?

제가 두 눈으로 본 적은 없습니다만, 저희 동네 친한 동양인 지인이 사는 이웃 독일인들이 그렇게 서로 이웃의 사우나실에서 함께 뜨거운 증기를 맛본다고 합니다. 경악스럽게도 사실인 거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다른 블로거들이 생생한 경험담으로 올린 독일의 대중 남녀혼탕 사우나에 대해서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오늘 저에게서 일반 가정집에서 그것도 서로 잘 아는 이웃끼리 혼탕 한다는 소리를 들으신 겁니다.

 

그들이 문란할 거라 상상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그냥 장소에 솔직한 사람들입니다. 사우나할 때는 사우나만 합니다. 이웃끼리 우의를 다지면서 합니다. 인간 혹은 남녀의 몸에 대해 달관한 사람들 같습니다.

 

그들은 집 밖에 나갈 때 간편한 운동복이나 등산복을 절대로 입지 않습니다. 당신이 추리닝입고 마트에 물건 사러 간다면 독일에서는 상당히 예의없는 사람이 됩니다. 추리닝은 운동할 때 입는 옷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예외적인 사람은 항상 있습니다. 오리지날 독일인이 아닌 동구나 중동출신 이민자들입니다. 아직 잘 모르는 것이죠. 

 

여행할 때 편하다고 등산복 이나 골프복 입으시는 한국 어르신들은 유럽에 오시면 손가락질 받기 십상이시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테니스장 사우나실

독일인들은 때와 장소에 맞는 복장을 하기로 유명합니다. 몸을 가리고 벗고 하는 것에는 별로 주저함이 없습니다. 

 

제가 다니는 실내 테니스장에는 남녀 탈의실이 따로 있습니다. 헬스장도 겸하고 있는 곳인데, 탈의실은 구분되어 있지만, 탈의실 안쪽의 화장실을 지나면, 공동 사우나실에서 남녀가 서로 만날 수 있습니다. 1주일에 하루만 특별히 여성만 입장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즉, 공동 사우나실 입장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여성은 그 특정한 요일에 사우나 하면 됩니다. 

 

샤워를 하고 있는 동안에 가끔 스포츠센터 직원이 사우나실을 가기 위해 샤워실을 지나서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있는 남자 샤워실에는 스포츠센터 여자 직원들도 거리낌 없이 드나듭니다. 다만 예의를 지켜 앞만 보고 걷기는 합니다. 

 

어느 유명 한국인의 독일 유학시절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그가 대학원의 같은 과 전체 인원과 함께 어느 곳에 당도해서, 다음 일정 때문에 수영복으로 탈의를 해야 하는데, 실내 한 대형 장소에 모인 남자 학생, 여자 학생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순식간에 선 자리에서 자신의 옷을 몽땅 벗고 수영복으로 갈아입더랍니다. 

 

확실히 저희와는 다르죠? 

 

자신의 몸을 남에게서 감추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자연스러운 어떤 것, 굳이 숨길 필요가 없는 그런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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