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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독일 교육

한글의 우수성, 숫자로 증명되는 21세기 언어

by 댄초이 2021. 2. 20.

 

한글, 영어, 독일어 및 프랑스어의 숫자 말하기, 읽기, 타이핑 횟수/속도 차이 

 

이 글에서는 한국어와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로 숫자를 어떻게 말하고 읽는지 간단하게 보여드릴게요. 한글이 우수하다고 왜 그렇게 난리들인지 심플하고 명백하게 올댓독일이 보여드립니다.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제 티스토리 글들은 저 자신의 자생적 논거에 근거해 모두 제가 창작한 것들입니다. 즉, 잘못된 근거나 판단 또는 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읽어주시고 마음껏 의심해주시기 바랍니다.  

 

98
당신은 98이라는 숫자를 보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나요?  나이 98세?  100에서 2 모자란 숫자?  많은 동그라미들?  높은 점수 98점?  9+8?  2와 7로 나누어지는 수?  2x7의제곱?   <이미지: unsplash>

 


숫자 세는 방법 차이

99라는 숫자가 있습니다. 한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로 어떻게 입으로 말하는지를 한국어로 풀이해봅니다.

 

  • 한국어: 구십구 (99)
  • 영어: 구십구 (99)
  • 독일어: 구와 구십 (9 and 90)
  • 프랑스어: 사 이십 십 구 (4x20+10+9)

오래된 언어일수록 복잡하다고 합니다. 새로운 언어일수록 문법 등이 간편해진다고 합니다. 영어가 라틴어 계열 언어 중에서는 문법이 제일 간단한 언어입니다. 위에 보시는 바와 같이 숫자를 말하는 것도 한글과 더불어 가장 심플합니다. 

 

프랑스어는 참 독특하죠? 99를 표현할 때, 이십진수를 씁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위에 쓴 걸 자세히 한 번 더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혹 이해 안 되시면 비댓 달아주세요!


숫자 읽는 방법 차이

숫자 99를 각각의 언어로 말할 때, 몇 개의 음절이 필요한지 알아보겠습니다. 발음을 한국말로 적습니다. 

 

  • 한국어(3음절): 구십구
  • 영어(5음절): 나인티 나인  ninety nine
  • 독일어(7~8음절): 노인 운트 노인지히 neunundneunzig
  • 프랑스어(7~8음절): 꺄트흐방디즈너프 quatre-vingt-dix-neuf  

한국어는 3음절이면 되지만, 독일어는 8음절이나 말해야 비로소 99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21세기에 부적합한 비효율성을 보여주죠. 

 

 


숫자를 PC 자판에서 타이핑할 때 횟수

 

이번에는 99라는 숫자를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각각의 알파벳으로 PC 자판에서 타이핑 쳐보겠습니다. 

 

  • 한국어, 7번 타이핑:  ㄱ ㅜ ㅅ ㅣ ㅂ ㄱ ㅜ
  • 영어, 11번 타이핑: n i n e t y  n i n e. 빈칸 띄우기 한 번 포함.
  • 독일어, 15번 타이핑: n e u n u n d n e u n z i g
  • 프랑스어, 21번 타이핑: q u a t r e - v i n g t - d i x - n e u f  

숫자를 PC 자판에서 타이핑할 때 속도

타이핑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포인트는 왼 손가락과 오른 손가락을 번갈아 치는지 여부입니다.

"구십구"를 타이핑할 때, 왼손이면 1, 오른손이면 2로 표현해서 번갈아 치는지 여부를 아래에 나타내 보겠습니다. 

 

  • 한국어 (구십구):  1212112, 거의 번갈아 칩니다. 왼손은 자음, 오른손은 모음을 치기 때문입니다. 
  • 영어(ninety nine): 222112 2221
  • 독일어(neunundneunzig): 21222212122121
  • 프랑스어(quatre-vingt-dix-neuf): 121111-12211-x121-2112  

모음이 많은 한국어와 달리, 영문 알파벳은 모음이 기본적으로 5개밖에 안되기 때문에 자음과 모음으로 자판을 나눌 수 없습니다. 독일어는 모음 위에 점 두 개가 붙는 일명 '움라우트'가 3개가 추가되기 때문에 자판이 표현할 수 있는 글자수가 넘어가게 되어 몇몇 알파벳은 Shift키를 이용해서 타이핑 해야됩니다. 

 

제가 영어로 이메일을 칠 때, 마지막 인사말에 항상 넣는 표현으로 'best regards'라는 말을 넣습니다. 총 11글자에 띄어쓰기까지 12글자를 모두 왼손가락으로만 칩니다. 20년 이상 타이핑을 쳤지만, best regards는 빠르게 치다 보면 자주 오타가 납니다. 한 손으로만 치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독일어는 모든 명사를 대문자로 쳐야 되기 때문에 또 느려지죠. 영어도 문장 첫머리는 대문자로 써야 되죠. 타이핑 속도를 느리게 하는 추가 요소입니다.

 

 

 


개인적인 에피소드

제가 사회 초년병 시절, 회사의 해외영업부에서 입사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그때가 2000년 혹은 2001년 정도니까, 이메일을 쓰는 초창기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아직 팩스를 쓰기도 하고, 복합기(복사기)를 통해 내가 쓴 이메일이 팩스를 통해 자동으로 보내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그날은 제 담당지역인 네덜란드의 악명높은 바이어가 한국에 온 지 이틀째 되던 날이었는데, 사무실에서 미팅 중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사원급 신참이었기 때문에 제 팀장이 미팅을 주도하고 저는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미팅 중에 네덜란드 바이어가 요청한 서류를, 그 바이어의 네덜란드 사무실로 바로 보내야 되었습니다. 제가 그 서류를 들고 복합기로 갔습니다. 복합기에서는 복사 뿐 아니라, 팩스도 바로 보낼 수 있으니까요.

 

그때, 저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히딩크와 영어 발음이 매우 흡사한, 그 바이어가 제 등 뒤에 서 있었습니다. 저는 서류를 급히 복사기에 넣고, 네덜란드 거래처의 팩스번호를 재빠르게 눌렀습니다. 다 누르고 A4서류가 들어가고 나오는 걸 보고 있는데, 그 네덜란드 바이어가 그러더군요.

 

" 너, 그 번호를 어떻게 다 외워?" 

 

저는 대답했죠. "거의 매일 한 번씩은 보내는데, 그걸 왜 몰라?" 

 

나중에 제가 그 때를 떠올리면서 드는 생각이, 네덜란드 같이 알파벳을 쓰는 나라 사람들은 긴 숫자를 외우기 어렵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제가 네덜란드어는 모르니까 독일어로 예를 들겠습니다. 

 

0049 2548 7859854   이런 독일 전화번호가 있다고 하면, 저 숫자가 총 15개니까, 한글로는 15음절이 됩니다. 공공사구 이오사팔 칠팔오구팔오사. 즉, 숫자 하나에 한 음절이죠. 그런데, 영어나 독일어로는 이게 말도 안 되게 길어서, 아무리 매일 한 번씩 팩스를 보낸다고 하더라도, 외우기가 어렵고, 또 억지로 외웠다 하더라도 며칠 안 보내면 잊어버릴 거 같더군요. 

 

독일어로 한 번 볼까요?

 

0049 2548 7859854 눌눌퓌어노인 즈바이퓐프퓌어아흐트 지븐아흐트노인퓐프퓌어, 총 27 음절입니다. 한글로 숫자 읽을 때가 15음절이니까, 거의 두 배죠? 그래서 외국애들은 전화번호도 잘 외우지 못하고, 그 네덜란드인이 제가 팩스 번호를 후다닥 치는 모습에 놀란 겁니다. 아마, 제가 무척 똑똑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세종대왕님, 정말 감사합니다!


맺음말

혹시, 여러분이 제 글을 정독하셨다면 제가 글의 제목에서 밝힌 '한글의 우수성, 숫자로 증명되는 21세기 언어'라는 주장에 동의하시나요? 억지인가요?

 

질문이나 의심이 드는 부분이 있거나, 논거가 박약한 부분이 있으면 즉시 댓글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논리적인 반박, 대환영입니다.

 

 

 

 

 

 

 




 

댓글14

  • 大長今 남편 정PD 2021.02.20 18:42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답글

  • 시공간사이 2021.02.20 18:46 신고

    인정합니다. 프랑스어로 숫자배울때 70부터 체계가 달라지더군요. 70=60+10 71=60+11... 80=4X20 81=4X20 + 1... 프랑스어 숫자 체계가 특이하다는 생각도 하고 왜 이렇게 어렵게 쓰는거지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일반 문장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영어는 어순이 바뀌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알아듣지를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국어는 어순이 바뀌어도 단어가 조금 틀려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거든요. 많은 부분에서 우리말이 우수하다고 생각됩니다.^^
    답글

    • 댄초이 2021.02.20 19:05 신고

      다른 예를 들어주셨군요. 감사해요. 맞아요 어순 변화에도 다 알아듣네요 한글은. 독일어의 경우 어순이 바뀌는 도치문장을 참 많이 쓰긴 하는데, 어순이 문법적으로 바뀌어야하죠. 한글은 그냥 대충 마구잡이로 말해도 알아듣게되는 과학적인 언어죠.

  • Θ╂◆〓 2021.02.20 22:27 신고

    ㅎㅎ재밌네요 전 늘 한글의 우수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답글

  • 한빛(hanbit) 2021.02.20 22:51 신고

    와우~!! 짝짝짝!!!
    정말 놀랍네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렇게 설명해주시니까 정말 그렇네요.
    네덜란드 바이어가 놀랄만 하네요^^
    저도 인사할 거예요~^^
    세종대왕 님~ 정말 고맙습니다!!!
    답글

  • 한빛(hanbit) 2021.02.20 22:52 신고

    이 글~
    정말 멋진 글입니다.
    이 글을 다음 메인으로 보내주세요~!!!
    답글

    • 댄초이 2021.02.21 01:23 신고

      아 역시 한빛님이 알아주시는군요.
      제 나름 재기있게 올린 글인데, 자랑하고 싶은 글이긴 해요. ㅎㅎ.

  • mallang M 2021.02.21 07:42 신고

    ㅎ너무 재밌네요 저절로 동의가 되어버리고요^^ 한글이 예뻐보이고요
    답글

    • 댄초이 2021.02.21 08:35 신고

      서양에서 한글은 패션이나 디자인에도 많이 적용된다는 뉴스를 많이 봤어요. 동그라미가 많은 글자가 예뻐보인다고 하네요.

  • 충전 2021.02.21 08:27 신고

    정말 그러네요. 비교해주신 것 보니
    확연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외우기도 어렵겠어요.ㅎ
    답글

  • 이루는삶 2021.02.21 19:44 신고

    글을 읽고,
    다시한번 한글이 우수하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음절로 따져보아서 훨씬 기억하기 쉽다는거 인정!
    재밌는 분석이었습니다.^^
    답글

    • 댄초이 2021.02.21 19:47 신고

      한글 우수성을 이야기할 때 많은 거시론적인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맞는 말들이죠.

      저는 제가 경험한 이런 사소한 경우들에서 이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