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말
많은 한국인 부모님들은 아이의 키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죠.
우리 아이가 나 닮아서 작거나 하면 안 될 텐데, 좀 컸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들 하시죠?
특히나, 한국 사회와 같이 키 큰 사람을 유별나게 선호하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렇고, 저도 그렇거든요.
여기저기 키에 대한 정보는 많이 넘쳐나죠. 그래서 이 글에서 제가 굳이 여러 데이터들을 가져와서 여러분들께 정보의 쓰레기를 추가해 드릴 필요는 없을 거 같고요.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키 크는 요인들이 어떤 것인지, 또는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의견을 드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댓글도 보고 싶네요.
보통 의사들이 말하는 아이 키 크는 요인은 대개 다음과 같아요.
부모로부터의 유전, 충분한 수면(성장호르몬), 충분한 영양(필수 영양소), 적은 스트레스, 규칙적인 운동
모두 맞는 말이죠.
키에 대한 데이터
2010년대 들어서서 한국 청소년들의 키 크는 속도가 거의 정체되었다는 데이터가 요즘 공개되고 있어요. 초등학생, 중학생까지는 더 커졌는데, 고등학생이 되면 다시 남자는 173~4, 여자는 160~161 사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요.
왜 이럴까요?
정녕 한국인은 더 크지 않는 걸까요? 그나마, 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편인데, 서유럽인들처럼 남자 평균 180cm, 여자 평균 168cm가 될 수 없는 건가요?
영양섭취와 키의 상관관계
역사적으로, 17~18세기까지 아시아인들이 유럽인들보다 더 컸다고 하는 연구결과들이 있죠.
그럼, 30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바로 산업혁명의 시작으로 유럽인들의 영양섭취가 훨씬 좋아졌기 때문이겠지요.
육류와 유제품 위주의 식단이 단백질, 칼슘 등의 충분한 공급으로 이어져 세대를 거쳐가며 키가 커졌다고 합니다.
희망의 메시지죠? 그러나, 이것이 오늘 제가 말하려는 핵심 키워드가 아닙니다!
여기 반대의 사례가 있어요. 가슴 아파요.
북한을 보세요.
조선시대에는 북한 지역에 사는 조선인들이 삼남지역(충청, 경상, 전라) 사람들보다 조금 더 컸다고 하는데,
지금 북한 남자 평균 키가 160cm가 안 된다고 하니, 그들이 못 먹고 굶주려서 그런 거는 자명한 사실이에요. 이런 걸 보면, 영양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 한국 아이들도 잘 먹지 않나요? 그런데, 왜 한국 아이키는 더 올라가지 않나요? 한국인이 서구인들보다 단백질 섭취가 더 많다고 하는 연구 결과도 봤어요. 그럼, 영양이 모자라 안 크는 건 아니에요.
유전의 한계에 왔나요?
제 생각은 'No'입니다. 더 클 수 있어요! 다른 원인을 우선 찾아야 되요. 왜 더 키가 안 크는지!
개인 경험
여기서, 제 가족의 경험을 공유해볼게요. 부러우시겠지만 좀 아니꼬워도 참으시고요.
저와 제 아내는 지극히 한국인 평균 키에요. 우리는 모두 40대인데, 저희가 성장기에는 평균 내지 평균보다 1센티 정도 더 큰 키였죠. 지금은 20세 평균 키보다는 이제 0~1cm 정도 작은 키가 돼버렸죠. 대략 눈치 까셨죠?
그런데, 특이한 현상이 제 아들에게서 나타났죠.
2005년 4월생이니까, 3개월 후면 만 16세가 되네요.
한국으로 치면 중3, 독일에서는 10학년(고1)에 다니는데, 키가 185~6 정도 되는데, 이제 다 자라서 앞으로 1~2cm 정도 더 자라다 멈출 거 같아요.
여하튼, 저희 부모들과 전혀 다른 키 성장을 보이고 있어요. 부모는 보통 키인데, 아이 키는 한국인 1~2% 이내에 드는 키라니, 다들 부러워하죠. 그럼, 왜 운 좋게 우리 아이는 키가 클까요?
첫째, 잘 먹습니다.
태어날 때는 평균 키와 평균 몸무게로 나왔는데, 아기 때부터 잘 먹고, 이유식도 무척 많이 먹고, 2~3살 때부터 국물요리를 그렇게 먹더니, 7살 정도 되니 저 먹는 양하고 비슷하게 먹더군요. 특이하게 살은 별로 안 찌고 오히려 마른 체형이었어요. 그런데, 만 10세를 넘어가면서 살이 찌고 과체중으로 변했어요. BMI 지수 상, 과체중에 머물고, 비만까지는 넘어가지 않더니, 만 13세 사춘기가 들어서면서 키가 부쩍 더 크고 살이 빠져서 지금은 약간 통통해 보이는 체격입니다. 여전히 잘 먹죠. 자랄때는 주위에서 크면 살 빠진다는 속설이 전혀 와 닿지 않았는데, 실제 그렇게 되네요.
둘째,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스트레스입니다.
한국 아이들과 비교해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남과 비교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리고, 어릴 때는 축구를 지금은 탁구를 동네 클럽에 가입해서 다닙니다. 운동도 틈틈히 하는 거죠.
셋째, 휴식, 잠입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한국에 사는 아이들과 독일에 사는 아이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잠(수면)의 양과 질"
입니다.
이것이 아이키의 핵심입니다.
독일 아이들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도 보통 7시 반에 자기 방으로 가서, 8시~8시 반이면 잠을 잡니다.
이해 안 가시죠? 독일은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8시에는 잠이 듭니다. 그리고, 6시~6시 반 정도에는 일어나죠.
부모들도 아이들도 보통 8시까지 직장과 학교로 갑니다. .
제가 독일에 와서 초기에 든 의문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저녁을 먹고 얼마 안 지난 8시에 잠을 잘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이유는 정말 간단합니다. 저녁을 대충 빵으로 때우고, 그것도 5~6시 정도에 다 먹어 치웁니다.
독일인들이 즐겨먹는 빵들 사이에 치즈나 쉰켄(고기)를 넣어 그냥 간단하게 먹습니다. 독일인들은 집에서 주말 아니고서는 보통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고, 그냥 빵에 뭐 넣거나 얹어서 먹습니다.
즉, 먹는 양이나 질로는 독일 아이들이 키가 크는 이유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부모 유전영향이 크겠지만, 독일 아이들의 큰 키는 잠을 충분히 푹 자는게 제일 주요한 요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이 키를 자라지 못하게 하는 한국의 현실
그런데, 한국 아이들은 어떤가요?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키 크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키 크라고 잠 자게 그냥 놔둘 수가 없죠.
직립보행 해야되는 인간이 성장기에 의자에 앉아만 있으면 허리, 척추에 무리가 가고, 몸이 알아서 '아 이러면 내가 더 클 필요가 없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운동을 하고 움직여야, 몸이 알아서 '아, 근육이 더 필요하군, 인대가 더 튼튼해져야겠어, 뼈가 더 튼튼해져야겠어, 그러니, 그런 영양소를 더 먹으라고 더 많은 호르몬을 내보내야겠군' 그러면, 아이들은 무의식 중에 그런 영양소가 든 음식이 당기는 거죠.
우리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듯 하지만, 여러 연구가 보여주듯, 실상은 우리 무의식(=마음, 이성의 상대적인 개념)에서
작용하는 뇌(software)가 우리 삶과 신체(hardware)를 지배합니다.
당신의 자녀 키가 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
여러분의 자녀가 키가 크기를 바란다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숙면입니다.
저녁 10시 이전부터 아침 6시까지 빛과 소음 공해없는 환경에서의 숙면을 지켜준다면 아이키는 훨씬 크게 자랄 수 있다고 저는 자신있게 말합니다. 독일 아이들이 그렇습니다.
한국 아이들이 처한 교육 환경과 달리, 독일 아이들은 잠을 충분히 자고 스트레스 적은 환경에서 자라며, 이것이 키의 차이로 반영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유전적인 요인과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는 독일인들이 더 유리한 면이 당연히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아이들이 더 이상 크지 않는 이유는 교육 환경, 나아가 한국 사회가 어릴 때부터 경쟁을 부추기는 스트레스 만연 사회라는데 있습니다.
독일 아이들은 초등 1학년 1학기 때, 수학 시간에 더하기와 빼기만 배우는데, 합치거나 빼서 10이 넘어가지 않는 숫자까지만 배웁니다. 2학기가 시작되면, 또 한 달 동안 1학기 때 배운 더하기, 빼기 10까지를 반복합니다. 고3(12학년)이 되어도 미분, 적분, 확률, 통계는 배우지 않아요. 대학 가서, 필요한 아이들만 배우죠. 미분적분은 한국과 인도만 고등학교 때 배운다고 들었습니다.
맺음말
저는 제 아이에게 가끔 말합니다.
너는 진짜 부모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왜냐? 너를 독일에서 자라게 해 줬으니까.
제가 오늘도 결국은 또, 한국은 못났고, 독일은 좋은 곳이라는 글을 쓰고 말았네요.
꼭, 이른 시일 내에 독일의 나쁜 점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의 글을 올리겠습니다.
약속드리죠. 꽤 많거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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