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유럽에서의 한국 라면 위상
제 경험 내에서 말씀드린다면, 한 1~2년 전부터 중고등학생이던 제 아들이 친구들과 집에 오면 저희가 가끔 라면을 끓여줬습니다. 독일 친구들이 한국 라면의 명성을 듣고 그 매운맛을 보기 위해 요청해서 끓여줬는데, 한국 라면의 인기가 유행에 제일 둔감한 독일 청소년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듯합니다.
제 지인 중에는 한국 라면을 ODM으로 들여와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독일과 동구 유럽의 대형 유통 슈퍼마켓에 성공적으로 납품하고 있는 분이 계십니다. 제가 그 라면들을 먹어봤는데, 저희 입맛에는 영 밍밍하고 맛이 없어서 고춧가루와 김치를 풀어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현실은 아직도 독일 마트에 가면 중국이나 동남아 풍의 라면을 많이 팔고, 한국 라면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요린이를 살짝 면한 남자
저는 요린이는 아닙니다.
미역국도 끓일 줄 알고, 간단한 볶음밥 종류는 쉽게 합니다. 가끔이지만 치킨도 튀기고, 잡채도 두 번이나 해봤는데, 이 모두는 유튜브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부엌에서 마나님 도와주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자잘한 소리를 반복해서 듣다 보니 요린이를 벗어나게 된 거 같습니다.
그런 낮은 수준의 저에게 저희 집 마나님과 먹는 거 좋아하는 아들이 꼭 제가 만들어야 된다고 강요하는 메뉴가 있습니다. 2주에 한 번 정도 먹는 고국의 맛, 라면입니다. 한국에서 먹는 라면과 독일에서 먹는 라면은 기분 상 좀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독일에서는 약간 한국 향수도 느끼고, 별미 같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입니다.
라면 가격은 대략 한국보다 50~100% 비쌉니다.
라면 요리사 소개
저의 라면 끓이는 솜씨는 꽤 높다고 자부합니다. 보증은 입맛 까다로운 제 마나님과 아들이 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요리할 때 빨리빨리 하지 못하시는 꼼꼼한 분들은 라면을 잘 끓이기가 어렵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라면의 맛을 결정하는 50%는 시간 조절인데 이 분들이 그걸 잘 못 맞출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뭐든 설렁설렁 대충 대충 빨리빨리 하는 스타일이라, 라면 조리가 제 적성에 딱입니다. 만약에 제가 식당을 열어야 한다면, 그것은 라면 식당이 될 것입니다.
나만의 라면 끓이기 노하우 대방출
이제 라면 끓이는 노하우를 시간 순서에 맞춰 하나하나 오픈해드립니다.
모든 내용은 어디서 본 게 아니고, 전적으로 제 개인적인 노하우입니다. 틀릴 수도 있고, 개인의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으니, 감안해서 걸러서 너그러이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라면 봉지에 쓰여 있는 물의 양을 보고 정확히 냄비에 넣습니다. 라면 외에 추가로 더 넣는 것이 있다면 감안하셔서 물을 조금 더 넣으실 필요도 있습니다. 계란이나 파 정도만 넣는다면, 정량의 물만 넣으시면 됩니다.
- 작은 물컵이 200ml이고, 보통의 컵은 300ml입니다. 정량의 물을 컵으로 계량해서 넣습니다.
- 라면 봉지에 쓰여 있는 끓이는 시간을 저는 절대로 따라 하지 않습니다. 가령, 4분 30초 동안 끓이라고 되어 있으면, 저는 3분 30초 내지 4분 이내로 끓입니다. 만약 1~2인분만 끓인다면 4분에서 끊고, 3~4개를 끓인다면 3분 30초에 끊습니다. 라면을 그릇에 담는 시간 동안 퍼지기 때문입니다.
- 냄비에 담긴 차가운 물에 면을 제외한 모든 것을 투하합니다. 모든 수프도 다 넣습니다. 단, 국물이 없는 라면 종류는 제외입니다. 기호에 따라 추가로 넣는 것이 있으면, 지금 모두 넣으세요. 단, 떡국떡은 지금 넣으면 라면을 망치게 됩니다. 라면 맛을 살려주는 것으로는 콩나물 만한 것이 없습니다. 라면 봉지에 쓰여 있기로는 양념수프는 면과 함께 끓는 물에 넣으라고 되어있지만, 저는 처음부터 넣습니다. 시간 조절 때문입니다. 면을 끓는 물에 넣고 난 뒤에는 정말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면을 넣기 전에 모든 잡다한 사항을 끝내거나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 2개 이상의 라면을 끓일 때는 양념수프를 좀 적게 넣으시는 게 좋습니다. 저희는 라면 4개를 끓이면, 3개 반 정도 넣습니다. 그래도 저희 입에는 좀 짜네요. 완성된 라면이 싱거우면 수프를 더 넣으면 되기 때문에, 3개만 넣고 끓이셔도 됩니다.
- 저는 가끔 일반 된장을 한 숟가락 넣기도 합니다. 어떤 된장이든 괜찮습니다. 가령, 라면 3개를 끓이면, 수프 1.5개와 된장 한 숟가락(=깎아서) 넣습니다. 나중에 싱거우면 수프를 더 넣으면 됩니다. 된장을 첨가하면, 라면 국물 맛이 깊은 맛이 납니다. 식당에서 먹는 국밥의 국물 향이 나고, 라면 특유의 인스턴트 국물 맛이 줄어듭니다.
- 이쯤 되면 저는 마나님과 아들에게 라면 먹을 제반 준비를 하라고 명령합니다. 식탁 위에 수저세트, 김치 종류, 식은 밥, 우유나 두유(=매운 속 달래기), 탭(TV 시청용)등이 모두 놓입니다. 한치의 시간 지연도 라면 맛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라면을 다 끓이고 그릇에 담아 내왔을 때, 바로 젓가락을 들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 초보 시라면 아직 라면 물을 끓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직까지도 물은 찬물입니다.
- 파를 썰어 준비하고, 계란을 준비합니다. 저희의 경우 다른 것을 넣을 때도 있는데, 주로 어묵, 콩나물, 떡국떡 등을 준비합니다. 저 혼자 먹을 때는 소시지, 두부, 냉동 해산물(새우, 오징어 등)을 그날 기분에 따라 잡탕식으로 넣습니다. 가족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넣지 않습니다만, 요즘 두부는 용인해 주는 분위기입니다.
- 면을 제외한 수프와 모든 부재료들도 파, 계란, 떡국떡을 제외하고는 면을 투하하기 전에 냄비에 넣어버립니다. 이런 모든 것들은 면을 넣기 전, 냄비를 가열하기 전부터 넣습니다. 3~4개 라면을 끓이는 경우, 물 끓는 시간이 있으므로, 냄비를 가열하고 이런 부재료들을 준비해서 넣어도 됩니다. 만약 1~2개만 끓인다면, 가급적 가열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재료를 다 넣으세요.
- 이제야 인덕션이나 가스레인지에 불을 켭니다. 불은 국물이 끓어 넘치지 않는 한 최고 수준의 화력을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 떡국떡이 냉동 상태라면, 미리 꺼내어 물에 담가 둡니다. 떡국떡은 많이 넣으면 안 됩니다. 국물이 너무 탁해지고, 자체적으로 퍼지고, 라면 국물도 많이 먹어버립니다. 떡국떡은 참 골치입니다. 제 마나님이 굳이 넣기를 원해서 저만의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냄비 물을 떡국떡을 감안해서 조금 더 넣습니다. 물이 약간 끓으면, 물을 조금 덜어서 그 물에 떡국떡을 담가 둡니다. 냄비에 떡국떡을 투하하기 전에 떡국떡의 온도를 높이기 위함이며, 끓는 라면 냄비에 떡국떡이 최소한의 시간으로 머물러 국물이 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 라면을 담을 그릇을 라면 냄비 주위에 놓습니다. 라면을 그릇에 담는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함입니다. 라면을 뜰 국자도 스탠바이 완료합니다.
- 핸드폰을 준비합니다. 타이머로 가령 3분 30초를 맞춥니다.
- 이제 면을 투하할 준비를 모두 마친 셈입니다. 물이 끓으면 면을 투하합니다. 타이머를 누릅니다.
- 30초~1분 사이에 면이 풀리면, 국자나 젓가락으로 들었다 놨다 공기 마사지를 가끔 시켜줍니다. 위아래를 뒤집어주기도 합니다. 물 내부의 온도도 위 아래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 합니다.
- 만약 떡국떡을 넣어야 된다면, 타이머가 1분 정도 남았을 때 넣습니다. 일찍 넣으면 안 됩니다. 더 늦게 넣어도 좋습니다. 늦게 넣을수록 좋습니다. 떡국떡이 쌀떡이라면 최대한 늦게 넣으셔야 하고, 밀떡이라면 좀 일찍 넣으셔도 됩니다.
- 계란 넣는 방법 1: 타이머가 울리기 1분 전에 계란을 깨서 노른자가 터지지 않게 퐁당 빠뜨려줍니다. 그리고는 절대 젓가락이나 국자로 라면을 젓지 않습니다. 저으면 국물이 계란으로 탁해져서 저희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선호하시는 분은 계란을 풀어서 드셔도 됩니다.
- 계란 넣는 방법 2: 미리 계란을 깨서 완전히 풀어놓습니다. 김밥천국같은 식당에서는 미리 풀어놓습니다. 제가 이 방법을 쓸 때는 라면을 다 끓이고 그릇에 면을 다 담고 국물은 우선 절반만 담습니다. 냄비에 남은 라면 국물을 다시 끓이고, 이때 풀어놓은 계란을 넣습니다. 10~20초 끓이고 바로 끄고, 라면이 이미 담겨있는 그릇 위에 붓습니다. 그릇 위에 덮인 계란이 먹음직스럽습니다.
- 라면을 테이블에 대령합니다. 곧 제가 자동적으로 명령합니다. 위아래 뒤집어! 이렇게 해야 라면이 퍼지는 것을 늦출 수 있습니다.
- 매운 라면을 드시는 거라면, 우유나 두유를 반 컵 정도 미리 드시라고 추천드립니다. 우유 소화가 어려우신 분들이 전 국민의 60%가 넘는다고 하니, 건강한 젊은이라도 두유를 추천드립니다. 젊을 때는 우유가 몸에 맞지 않는지 알 수가 없는데, 이유는 몸이 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40대 넘어가면 우유 마시고, 속이 더부룩하거나, 커피에 우유 타고 더부룩하실 수 있는데, 제가 그런 경우입니다.
- 라면을 먹는 중간중간 저는 서 너번 위아래를 뒤집어 줍니다. 라면을 빨리 드시는 분은 그럴 필요가 없지만, 천천히 드시는 분은 뒤집어 주시면 좋습니다. 퍼진 라면은 씹는 맛이 많이 떨어집니다.
- 라면의 나트륨이 걱정이시라면, 저는 바나나를 추천드립니다. 라면 드신 후, 목 마름을 많이 없애줍니다. 칼륨이 나트륨을 끌고 배출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나트륨이 배출되어 물을 적게 마시면, 속도 덜 더부룩하고, 살찌는 것도 살짝 예방해줍니다.
노하우의 Key point
제가 라면 끓이는 방법의 노하우를 위에 길게 설명드렸지만, 그것을 줄여서 키 포인트만 말한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 정량의 물 투하
- 봉지에 적힌 끓이는 시간보다 30초~1분 짧게 끓이기
모든 것은 시간의 지체를 방지하는 데 있습니다.
라면 끓일 때, 30초만 빠르거나 늦어도 라면 맛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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