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의 사람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사람과 그냥 막 건너는 사람
여러분은 어느 쪽이십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들 저 두 가지 경우 중에 하나에 속합니다.
타인이 감내할 수 있는 허용범위를 넘어가는 분들께는 '또라이'라는 말이 따라다닙니다.
저는 그냥 막 건너는 사람쪽에 속합니다만, 또라이 정도는 아닌 거 같습니다. 진심입니다.
독일 이민 후, 입에 달고 살게 된 것들
한국에서는 차만 마시고, 밥돌이였던 제가, 독일에 오면서 서서히 변해가더니, 이제는 차(Tea)는 거의 입에 대지 않고 커피만 마시며, 한식 밥도 잘 먹지만, 아침에는 꼭 빵을 먹는 빵돌이가 되었습니다. 빵은 한국 베이커리에서 파는 디저트 빵 종류가 아닌 버터, 치즈, 쉰켄(가공 고기), 채소, 잼 등으로 만들어 먹습니다. 커피도 물론 빠질 수 없습니다.
빵 만들기 결심
작년 어느 때 즈음부터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평소에 하지 않던 짓을 하고 살고 있습니다. 영상을 더 많이 보게 되고, 특히나 고국의 그리운 음식 영상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음식을 아예 하나도 못하는 그 정도는 아니고, 라면, 김치볶음밥, 미역국 정도는 할 줄 알고, 저녁 준비 때 마나님의 보조로서 자주 도와드리기도 하기 때문에, 완전한 요린이는 아닙니다. 라면은 기가 막히게 끓이죠. 다음 편에 라면 맛있게 끓이는 개인적인 방법을 포스팅하겠습니다.
여하튼 어쩌고 저쩌고 시간도 남는 마당에 빵을 직접 만들어 먹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는데, 드디어 지난주에 마트에서 '냉장 이스트'와 Vollkornmehl(통밀가루) 1kg을 사서 쟁여두였습니다. 준비는 끝났고 실행만 하면 되었습니다. D-데이가 다가왔고, 마음이 한가한 토요일 새벽 7시에 일어나 장장 3시간에 걸쳐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마나님은 제게 경고를 날렸습니다.
그녀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사람'에 속합니다.
실패할 거야!
자세히 알아보고 해!
빵 아무나 만드는 거 아닌데!
레시피가 조금만 어긋나거나, 하라는 대로 안 하면 실패하기 십상이야!
통밀가루로 하면 맛이 없을 텐데!
빵 작업 돌입
유튜브 영상 몇 개를 보고, 가장 맘에 드는 하나를 정독해서 보고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사진으로 간단하게 보여드립니다. 빵린이의 빵 반죽 완성품입니다.
들어간 재료는 간단합니다.
이스트, 물, 소금, 견과류, 통밀가루
2차 발효 들어갑니다.
3단계를 거쳐, 2시간이 넘는 숙성 시간을 거쳤습니다.
중간에 칼집을 내고 이제 오븐에 넣습니다.
완성품 나갑니다.
첫 작품 치고는 봐 줄 만하지 않습니까?
잘라 놓으니 그럴싸하지요?
제가 제목에 '벽돌 통밀빵'이라고 한 이유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아래 짤막한 영상에 답이 있습니다.
결과물을 받아 들고, 혼자 먹었습니다.
마나님은 빵집에서 사 온 빵을 드셨고, 아들은 된장찌개에 밥 비벼서 줬습니다.
벽돌 통밀빵이 돼버린 이유를 마니님의 조언을 받아 추정하건대, '발효 실패' 였다고 생각됩니다. 영상에서 공부한 대로 이스트와 물과 통밀가루를 넣었지만, 오늘 아침 굉장히 쌀쌀해서 부엌 온도가 20도보다 훨씬 아래였던 거 같습니다. 중간 발효 때, 빵이 말랑말랑해져서 혼자 생각에 발효가 되었거니 했는데, 마나님 말씀으로는 반죽이 거의 두 배는 부풀어 올라야 발효가 된 거라고 하더군요.
결론적으로 발효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븐에 넣어버렸습니다!
빵이 발효되지 않아서 스펀지 같은 느낌이 전혀 없는 뻑뻑한 빵이 되어버렸습니다.
저 빵을 혼자는 도저히 다 못 먹을 거 같아서, 새들과 함께 먹기로 했습니다.
새의 먹이가 된 벽돌 통밀빵
우리 집에는 새의 먹이 통이 2개가 있습니다.
첫 번째 먹이통은 참새 같은 작은 새를 위한 빨간 통입니다. 독일에 참새는 없는 거 같고, 대신 비슷한 크기의 작은 텃새들이 있습니다. 이 새들은 제가 주는 빵은 못 먹을 겁니다. 그냥, 작은 견과류 부스러기만 줍니다.
주로 빵이 붙어 있던 씨앗을 모아서 줍니다.
두 번째 통은 평소에는 거의 비워두는데, 빵이 너무 많이 사뒀다가 딱딱해져서 못 먹게 될 경우에 넣어두는 곳입니다.
이 통은 까마귀나 비둘기 같은 대형 새들을 위한 먹이통입니다.
참고로 독일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로 여겨집니다
장작 옆에 세워두는 형태입니다. 안에 큰 빵 조각이 보이시나요?
하얀 빵 조각은 딱딱해져서 못 먹게 된 치아바타였고, 누르튀튀한 것이 제가 오늘 구운 벽돌 통밀빵입니다.
새들에게는 별미가 아닐까요?
나머지 빵들은 내일과 모래, 이틀에 걸쳐서 제가 먹어야 될 텐데, 아무래도 절반도 처리 못할 거 같습니다.
이상 빵린이의 '건강 통밀빵 도전기'였습니다.
에필로그
오늘 아침, 두 번째 빵 먹기 시도를 하다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모두 새 먹이로 주기로 하고, 벽돌 통밀빵을 망치로 깼습니다.
부드러운 내부는 잘 안 깨지네요. 손으로 잘라줬습니다.
앞으로 새 먹이 1주일치는 걱정 없군요!
먹고 배탈나지 마라 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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