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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활/독일인의 일상

독일 날씨, 그리운 한국이어라!

by 댄초이 2021. 1. 17.

독일 날씨, 그리운 한국이어라!

어제 드디어 제가 사는 독일 서부지역에 첫 눈이 살포시 왔습니다

살포시 왔어요!

 

 

 

많이 오면 다니기 힘든데, 정말 살포시 와서 차가 다니는 곳은 아침이 밝아오면서 흔적이 옅어지고, 오후가 지나서야 정원 위의 하얀 빛깔도 모두 없어졌습니다. 조금 아쉽네요.

 

 

집 앞
아침에 집 앞의 눈을 담으려고 핸드폰을 켰는데, 거의 다 녹아버렸네요. 

 

가르텐
잔디위의 눈은 아직 남아있어요. 
야외 테이블
내년 여름엔 이곳에 앉아 해 받으면서 커피 마실 수 있겠죠. 

독일 살면서 가장 한국하고 비교되고, 한국이 그리워지고 하는 것이 날씨입니다.

 

요즘 한국도 날씨가 예전과 많이 달라져서 미세먼지, 공해, 여름 더위 등등으로 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데, 그런 면에서 독일은 조금씩 더 좋아진다고 해야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현재 스코어 글쎄 아직은 한국과 비교해서 정말 정말 안 좋습니다.

 

우선, 위도 상으로 한국보다 상당히 북반구에 위치해서 여름에는 아침 5시~오후 10시까지 날이 밝습니다. 서머타임도 한 몫 하죠. 그런데, 9월부터 슬슬 해가 짧아지면서 12월이 되면 대략 오후 3시부터 어두워져서 차에 헤드라이트 켜야 되고, 아침 8시가 넘어야 해가 뜨기 시작합니다.

 

이게 직장에 다니는 한국 남자들의 경우는 그나마 일을 하니까 괜찮은데, 막 독일로 이사오신 한국 어머니들께는 정말 힘든 일입니다. 날씨가 사람 마음을 우울하게 하는데, 이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10월부터 그 다음해 3월까지는 비도 많이 오거든요. 집에 계시는 주부들 입장에서 보면, 밖은 금방 어두워지고, 비도 자주 오고, 으스스하게 춥고, 말도 안 통하니 이야기할 사람도 별로 없고, 그래서 우울해지고, 실제 우울증 걸리거나, 한국 가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민와 일하는 남편이나 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나름 잘 지냅니다만, 집에 계시는 주부님들이 힘듭니다.

 

비가 자주 온다고 말씀 드렸는데, 이것도 한국에 계신 분들은 어떤 비인지 제가 말로 설명해도 잘 이해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습니다. 좋은 말로 보슬비, 다른 말로 풀어서 우산을 써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싶은 정도의 약한 비가 내리는 상태가 주를 이룹니다. 여기는 공해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런 비에는 우산을 안 쓰고 다닙니다. 그런데, 10월 이후 날씨가 10도 내외, 혹은 그 이하로 내려갔을 때,

 

이런 비가 오는 날씨는 그냥 으스스, 싸~ 하다는 느낌을 넘어서서 을씨년스럽다 라고 해야 될 거 같네요.

 

체감 온도가 실제 온도보다 더 많이 낮아요. 겨울에도 눈은 별로 오지 않고, 대략 아침에 2~5도, 낮에 5~8도 이런 상태니까, 어떤 가수가 부른 겨울 비 같은 낭만은 없고, 그냥 ‘제기랄 날씨’ 하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다, 가끔 해가 쨍 나기도 하지요. 비타민D는 꼭 별도로 챙겨먹어야 됩니다. 해가 많이 부족해서요.

 

독일에 1년만 살면, 왜 유럽인들이 해만 나면 웃통벗고 다니는지 절로 이해됩니다. 저도 그러거든요.

 

평소에는 거리에 사람 보기가 힘든데, 갑자기 해가나면 산책나온 사람, 자전거 끌고 나온 사람이 거리에 많이 보입니다. 

 

 

 

그런데, 좋은 점도 있습니다.

여름 날씨입니다.

근래 2년 정도 여름에 유럽에 전례 없는 폭염이 몰아치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국입니다.

유럽 전체로 봤을 때, 남부유럽(이태리,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는 여름에 너무 후덥지근하고 덥고 한국하고 별반 차이 없습니다. 그러나, 중북부 유럽은 정말 여행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독일을 예로 들면, 7월에도 낮 기온이 보통 20~27도 정도입니다. 습도도 낮아서, 후덥지근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6월에 40도에 육박하는 날이 있었고, 7~8월에도 2~3주간 35도 내외 날씨가 계속되는 등 이상기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독일 여름이 한국 여름보다 훨씬 지내기 좋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습도가 낮기 때문에, 체감 온도가 훨씬 낮아요. 가령, 독일에서 35도라고 하면, 한국의 30도 이하 느낌입니다. 견딜 만 합니다.

 

오래 걷는 거는 무리지만, 그늘에만 가면 서늘해요. 집에 들어가면, 밖이 40도 라도, 집 안은 아주 덥지는 않아요. 그리고, 여기는 일반 집이, 지하(=한국 지하실보다 훨씬 다용도로 씁니다. 창고, 세탁실, 취미공간? 등등)층, 1층(거실, 주방, 방문자 화장실), 2층(침실, 화장실), 3층/다락(침실 등)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부분의 가정집에는 에어컨이 없습니다.

 

대신, 창문마다 셔터(=한국 가게에서 문 닫고 내리는)가 있고, 정원으로 나가는 테라스 쪽에 해 가리는 그늘막(?) 같은 게 설치된 집이 많아서, 해가 너무 쎄면 셔터 내리면 되고, 40도 날씨가 며칠씩 계속 되어 너무 더우면 지하실로 내려가면 자연 냉방실입니다.

 

8월 중순만 되면 벌써 서늘해지고, 가을 날씨 보입니다. 여름 유럽은 보통 휴가, 여행의 계절이죠. 그래서, 여유 있으신 집에서는 한국 친지들이 여름에 독일 와서 보냅니다. 저희 경우, 여기 독일은 애들 여름방학이 6주로 길어서, 여름에 한국을 갔었는데, 이제는 한국 여름에 지쳐서 가을에 가려고 합니다.

독일 학교는 방학이 4번 있는데, 여름에만 6주이고, 나머지 봄, 가을, 겨울에는 각각 2주입니다.

 

그리고, 4월이 되면, 우리끼리 하는 말로, 하루에 4계절을 다 보게 되는 날이 자주 발생합니다. 즉, 아침에 해가 쨍쨍했다가, 갑자기 돌풍 불고 비 오다가, 다시 날이 개고 하는 변덕스런 날씨죠. 차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나무들 중에, 5월이 되어도 잎이 달리지 않는 나무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봄에 새싹이 돋아나고 주변이 푸르러지는 한국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6월 초나 되어야 푸르른 빛깔을 제대로 보입니다. 제가 사는 지역은 북쪽 네덜란드 바닷가로부터 대략 250km 떨어진 남쪽인데, 바닷가로부터 여기까지 산이 없습니다. 해서 우스개 소리로 Flat tire(펑크 난 타이어)지역이라고도 하고요. 아무튼 산이 없어서, 대략 프랑스 날씨를 보면, 1~2일 후 제가 사는 독일 쪽 날씨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비구름이든 좋은 날씨든 그냥 동쪽으로 이동해서 오거든요.

 

그래도,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서, 저희한테는 더 좋은 거 같아요.

여기 독일인들은 추운데 살아서 그런지 대체로 몸에 열이 많은 체질 같아요.

 

15도에 맑은 날씨만 되어도 반바지에 반팔 차림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반면, 이민자들도 많아서, 같은 날씨인데 누구는 반바지, 반팔이고, 누구는 아직 두꺼운 패딩, 파카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같으면 다른 사람의 그런 모습을 보고 수군거리고, 뭐라고 지들끼리 떠들고 하겠지만, 여기 개인주의가 만연한 독일에서는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 없고, 관심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뭘 입든, 그건 그들의 자유니까, 원래부터 내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 관심도 없는 거죠.

내가 뭘 입는 가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이 독일인들 입니다.

 

사시사철 비슷한 옷을 꾸준히 입는 독일인들도 많이 보여요.

빵집 줄
락다운 기간 중, 한산한 거리에요. 주식인 빵을 사기 위해 빵집에 줄 선 사람들이에요. 저도 물론 줄 섰고요. 

 

여하튼, 결론적으로 독일에 살면, 여름은 거의 환상. 그러나, 6개월 이상의 암흑 날씨(10월~3월)가 있어, 이를 운동이나, 취미생활로 잘 극복하는 노력을 해야 된다는 저의 의견입니다.

 

덤으로 여기는 미세먼지 없고, 공기가 정말 맑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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