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파릇한 독일의 겨울 들판
이 사진들을 찍은 때는 2020년 1월의 어느 한가한 토요일 오후 2시입니다.
영상 2도에 전형적인 독일 겨울 날씨라 할 수 있는 날은 흐리고 겨울비가 자주 오락가락했어요. 가수 김종서 씨가 부른 겨울비 작사가가 독일이나 유럽에서 겨울비를 경험했다면, 그런 감성의 가사는 절대 쓸 수 없었을 거예요. 여기 겨울비는 전혀 슬프거나 감상적인 느낌이 아니라, 찬 기운이 살과 뼈 속 깊이 훑고 지나가는 욕 나오는 그런 지긋지긋한 느낌이거든요. 독일 교민들은 제 말에 깊이 공감하실 거예요. 한국에 계신 분들은 절대 알 수 없죠.
그런 살 떨리는 독일의 겨울에도 제가 매번 신기하게 놀라는 게 독일의 초록빛 겨울 들판이에요.
황량하고 누런 빛깔의 한국 겨울 들판과 달리 뭔가가 밭에 파릇파릇하죠?
뭔지 한 번 맞춰보세요. 한국에도 비슷한 채소가 있어요.
혹시, 감이 오시나요?
더 가까이 촬영해 봤어요.
감이 잡히시죠?
예, 무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먹는 무는 아니고, 가축들에게 주거나, 혹은 땅심을 높이기 위해 기른 다음에 자연스럽게 시들게 두고, 결국에는 땅을 갈아엎어버립니다.
즉, 주요 작물/채소를 2~3회 연속으로 심어 약해진 땅심을 살리기 위해 이렇게 무를 한 번씩 심어주는 거죠. 대신, 무 뿌리가 아주 작아서 식용으로도 별무 소용없는 품종이에요.
얼마 전에 본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무와 무김치를 본 이탈리아 여행객이 자신의 나라에서는 동물들이 먹는 거라고 멘트를 날렸다가 한국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그 외국인이 본의 아니게 실수한 셈이죠. 왜냐하면, 이런 무 같은 채소는 유럽의 들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종류이거든요.
여하튼, 이렇게 독일의 겨울 들판은 스산한 날씨와 달리 항상 파릇파릇해요. 초록색 잡풀도 많이 나요. 땅에 지열에 많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전적으로 그 때문에 초록빛인지 혹은 다른 요인도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날씨는 춥지만, 뿌리가 머무는 땅은 지열로 생존할 수 있다는 나름 논리적인 이론이긴해요. 독일 겨울이 특별히 영하에 오랫동안 머물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싶기도 해요.
한국 축구장에 깔린 천연잔디도 대부분 독일산인데, 그 이유는 독일산이 한국의 추운 날씨에도 초록빛을 잃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죠.
과학적인 독일 과수원
이번에는 독일 과수원 나무들을 좀 보여드릴게요.
역시나 한국과는 뭔가 다릅니다. 알아채셨나요?
나무들이 좀 왜소하지 않은가요?
나무들이 생각보다 키가 아주 작고, 몸집이 왜소하죠?
일반 성인 남자의 팔이 닿을 정도로만 키우고, 가지 자체도 별로 무성하지 않아요.
이 과수원은 제가 다른 도시 갈 때 타는 두 개의 고속도로 중, 서쪽 방향으로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있는 곳인데, 가을에 열매를 수확하는 것을 보고 왜 나무를 저렇게 작고 왜소하게 관리하는지 알게 되었죠.
일하는 사람의 팔이 닿도록 나무의 사이즈를 맞추고, 소비자들도 특별히 열매가 큰 것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과실을 솎아낼 필요가 없어서, 작은 나무에서도 꽤 많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해요.
과일 하나 따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훨씬 덜 들죠.
독일 농장의 겉모습
독일의 농장이나 들판을 보면, 일하는 사람은 평소에 거의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2~3달 지나면 어느 순간 다 자라 있어요. 물도 기계가 알아서 주고, 농약도 큰 기계가 알아서 주고, 수확도 엄청 수월하게 해요. 비닐하우스 농업은 꽃을 키우는 화원 외에는 찾아볼 수 없어요. 왜냐하면,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트럭으로 직수입하면 되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 봄가을 작물을 수확할 이유가 없는 거죠.
별로 힘들이지 않고 일하는 것 같은데, 수확물은 엄청나죠.
봄이나 가을에 딸기 같은 특수작물의 수확철에 동구 유럽 지역에서 값싼 노동인력이 잠시 들어와서 한 철 일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 광활한 독일의 들판이에요.
독일 농장, 놀라운 감자 가격
제가 아는 지인의 시부모님들이 하는 농사 중에 감자 농사도 포함되어 있는데 정말 거대합니다. 나중에 어떻게 기계 영농을 하는지 사진이나 영상을 찍게 되면 꼭 소개해드리겠습니다.
2~3년 전에 그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그 해에 감자 농사가 풍년이 되었지만, 공급 과다로 감자 가격이 폭락해서 그 넓은 감자밭을 몽땅 갈아엎었답니다. 그때 들은 감자의 산지 매입단가가 1킬로에 10센트, 즉 13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해에 정 반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감자 수확 후에 1킬로에 18센트인가를 받아서 엄청난 이득을 거뒀다고 했어요. 우리 돈으로 1킬로에 240원, 10킬로에 2,400원입니다. 이게 도매가는 아니고, 산지 가격이에요. 무게와 부피가 많이 나가는 품목이라 물류비가 감자 가격보다 더 클 거라 생각되네요.
그 감자 수확이 끝나고 저희가 그 집에 놀러 갔다 오는 길에 감자밭 모퉁이에서 감자를 캐고는 했어요. 버리는 감자만 해도 몇 톤을 될 거 같은게 여간 부럽지 않았어요. 밭 가장자리 감자는 기계가 닿지 않아 수확이 불가하여 그냥 썩어버리죠.
한 번은 제가 혹시나 해서 독일 감자가 한국에 수출되는지 체크해봤었어요. 제가 또 영업하는 사람 아닙니까? 체크해보니 한-EU FTA 자유무역협정에서 감자는 예외품목으로 지정되어 관세 200%가 책정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제 기억이 확실한 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경쟁력이 없는 가격이었죠. 즉, 한국 농가 보호를 위해 수출을 막아놓은 거죠. 대신, 미국인가 호주에서 많이 수입하는 걸로 기억해요.
한국 과수농가
한국의 사과, 배 과수원에서 농약을 뿌리거나 수확할 때 큰 트랙터 같은 농기계를 이용하고 사람이 작은 크레인 같은 것에 매달려서 일을 하는 모습을 TV에서 봤어요.
한국에서 과일을 재배하려면 날씨도 도와줘야 되고, 새들로부터 피해도 막아야 되고, 매주 농약을 쳐야 되고, 정말 할 일이 많죠.
소비자들이 흠짐없고 큰 과일을 선호하니, 꽃이 필 때부터 솏아서 열매를 크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되고, 봉투 같은 것을 일일이 씌워야 되기도 하죠. 이런 것들이 다 가격에 반영되는 셈이겠죠?
전에도 한 번 언급했었는데, 당신이 독일 사람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가 자신이 독일에서 농장을 소유한 농부라고 말한다면 그는 엄청난 부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 그는 겉으로는 부자 티를 내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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