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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활/독일인의 일상

삶과 죽음의 공존, 주택가 공동묘지 in 독일

by 댄초이 2021. 3. 10.

공수래공수거라는 말, 한 번씩은 들어보셨죠? 

 

정말 빈 손으로 가는 게 맞기는 한 거 같습니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분을 어쩌다 만나게 되면, 과거에는 그냥 그러신가 보다 했는데, 이제 제가 반백살이 되고 보니 나와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닌 것을 문득 느낍니다. 

 

고등학생 때 공부에 지쳐 공상을 하다 보면, 몇 년 있다 군대 가야 된다는 생각에 미리 아찔하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는 몇십 년 뒤에 있을 생의 마감이라는 빅 이벤트가 나에게 발생할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윤회가 있으려나?

 

 

 


한국의 묘지

여러분들은 부모님이나 조부모님들의 묘가 있는 산소나 납골당 혹은 공동묘지 등에 얼마나 자주 가십니까? 1년에 1~2번 정도 가시는 분이면 평균 이상은 하시는 겁니다. 삶이 팍팍하고 힘들어 자주 뵙기가 어려운 현실이니까요. 

 

한국에서는 개인 소유의 임야에 있는 산소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공동묘지나 납골당에 모시는 경우가 많아진 거 같습니다만, 여전히 자녀분들이나 친지분들이 거주하시는 곳과는 한참 떨어져 있어서 따로 큰 맘먹고 시간을 내서 가거나, 명절 때 찾아뵙는 정도로 만족하며 사는 우리들입니다. 

 

과거 농경사회 때 씨족을 이루고 살던 사람들은 죽어서 고향땅에 묻히고 그 후손들이 산소를 돌보고는 했을 텐데, 이제 산업화가 일어나면서 가족, 친지들이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되면서 명절 때에야 겨우 한 번씩 산소를 찾는 것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유럽의 유명 공동묘지

여러분들이 유럽 여행을 하다보면 공동묘지가 관광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한 예술가들의 무덤이 일반인들에 섞여서 공동묘지 한 구석에 덤덤하게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 사람이 위대한 인물이라거나 큰 벼슬을 했다고 해서 으리으리하게 묘지를 짓는 그런 일은 중세 이후에는 거의 없는 거 같습니다. 

 

아래 파리 근교의 반 고흐의 무덤 사진입니다. 제가 가족여행으로 갔었던 2016년 어느 여름에 찍은 사진입니다. 

 

 

반 고흐의 무덤. 동생과 나란히 묻혀 있습니다. 

 

제가 유럽의 공동묘지를 관광지로 처음 접하면서 그 따뜻하고 차분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느꼈을 겁니다. 


독일의 공동묘지

제가 독일의 조용한 도시에 정착하게 되면서부터 주택가 바로 옆의 공동묘지를 거의 매일 한 번씩은 지나다니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택가에 공동묘지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저 신기했습니다.

 

요즘에 드는 생각은, 참 좋다 라는 겁니다. 

산업화가 진전되고 나라가 부강해진 독일이지만, 전국적으로 골고루 성장하다 보니 대도시나 수도권에 사람들이 몰리는 한국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아, 사람들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서 일자리를 갖고 아이 낳고 늙고 묻힙니다. 

 

저희 집은 도시의 작은 시내 중심가 옆을 둘러 싼 주택가 안에 있고, 공동묘지도 주택가에 함께 어울려 있습니다.

누구도 불평하지 않으며, 오히려 도시 미관에 보탬이 되는 곳입니다. 

 

사진을 몇 장 올려드립니다. 

 

 

개방시간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저 가로 세로 약 2~3미터의 땅에 한 사람이 묻혀 있습니다. 

 

비석에는 이름, 생년월일, 사망날짜가 적혀있고, 간혹 짤막한 설명이나 좋은 문장이 적힌 비석도 있습니다.

 

 

비석 앞에는 꽃과 나무 등 다양한 식물을 심어 가꾸고 있습니다. 

 

묘지 관리업체에서 담당하지 않고, 가족들이 직접 와서 저렇게 가꾸고 갑니다. 

 

 

 

 

 

여기는 좁은 땅에 모아뒀네요. 같은 친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 사진에 주택가 집들이 보이죠?

 

공동묘지가 공원같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서 전혀 혐오시설이 아닙니다. 

 

 

 

독일에서는 고인이 돌아가시면, 그 비용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저는 아직 경험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화장하고 관을 사고, 이런 공동묘지의 땅을 구매하고 비석을 만들고 조성하고 하는 비용이 몇 천만 원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래 사진에 보시면, 물을 받을 수 있는 물조리개가 중간 중간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쓰레기통도 보이네요. 

 

 

 

밑에 사진 보시면, 큰 비석 대신 이름과 연도만 쓰인 작고 예쁜 비석에 아기자기하게 나무를 심어놨네요.

먼저 간 남편의 묘지를 할머니가 된 아내가 가꾸기도 하고, 자식들이 가꾸기도 하겠죠. 

 

이제 봄이 되면 갖은 꽃을 심을 겁니다. 그때는 정말 아름다운 공원이 됩니다. 

 

 

 

이런 유럽의 공동묘지가 저는 한 없이 부럽습니다.

 

한국도 많은 인구가 모여사는 도시 내에 이런 공원같은 공동묘지가 있다면 가족들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어서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다가도, 아파트값 때문에 절대 무조건 불가일 거라는데 생각이 미치고 맙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다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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