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석이네요.
멀리 독일에 사는 저나, 이 글을 읽고 계실 한국에 계신 여러분이나, 혹은 저같이 타국에서 추석 명절에도 일하고 계실 많은 한국분들이나, 추석은 어김없이 오네요.
저의 가족과 가까운 지인 분, 어머니 뻘 되시는 분이 독일시간으로 오늘 오전 11시 반, 한국시간 저녁 6시 반에 그녀의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그녀가 믿는 종교(천주교)의 믿음에 따라 천국에 가셨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독일에 1960~1970년대에 오신 많은 어르신들은 모두들 힘든 인생을 살아오셨어요. 국제시장이라는 영화 혹시 보셨나요? 거기에 보면 광부나 간호사로 오신 분들의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제 주위의 어르신들 대부분이 이런저런 사연으로 다들 그 시절에 고국을 떠나 컴컴한 탄광에서 시꺼먼 석탄먼지를 마시고, 100 kgs이 넘는 거구의 독일 노인들 뒤치다꺼리하는 간호사로 살아오신 분들이세요.
가끔 모여서 그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 같은 1970년대 태어난 새대가 겪어보지 못한 온갖 역경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죠.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참 복 받은 시절에 태어났다고 생각하게 돼요. 그러다가, 제 옆에 있는 제 아이를 보면, 또 제 지난 인생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올라와요. 제 아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죠. 부족할 것 없는 좋은 시절에 공부 스트레스 없는 독일에서 사는 삶이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럽죠.
오늘 저 세상으로 가신 그 분은 제가 인생을 살면서 만난 그 어떤 분보다 삶의 굴곡이 심하게 일렁이셨던 분이세요. 개인적인 삶의 궤적을 제가 여기에 일일이 적을 수는 없지만, 그녀는 정이 많고, 때로는 고집스럽기도 하고, 남에게 신세 지지 않으려 하는 태도를 견지하신 분인데, 그녀의 어린 시절, 결혼생활, 자녀들, 재혼, 해외 이민 등에 대한 삶의 궤적을 지난 2년 동안 직간접적으로 들은 저에게 제 삶은 너무 무미건조하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드라마로 그녀의 일대기를 그린다면 막장드라마가 될 수도 있고, 대하 소설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저의 짧은 글쓰기 솜씨로 그 분의 이야기를 소설의 형식을 빌어 써 볼까도 여러 번 생각했는데,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네요.
저의 작은 소망이라고 한다면, 중장편 소설을 하나 써 보는 건데, 그녀의 이야기를 소재로 언젠가 써보렵니다. 책이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권 안에 있지는 않은 거 같지만, 그냥 저 혼자 쓰고 저 혼자 간직하는 소설로 써보렵니다. 그래도 되죠, 어머니? 제가 만화를 그릴 수 있다면, 여러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화로 만들고 싶은데, 그림에는 영 취미가 없어서.
부디 천국에서 아프지 마시고 편안한 삶을 이루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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