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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이민

상대적으로 인종차별이 적은 독일

by 댄초이 2021. 1. 17.

상대적으로 인종차별이 적은 독일

독일에 사는 한국인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경험하게 되고, 가끔은 이민 온 것을 후회하는 마음까지 들게 하는 경우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종차별에 기인한 여러 에피소드 들이에요.

 

세퍼트
무료 이미지 다운로드 사이트인 Unsplash에서 Germany로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사진이 세퍼트 개에요. 우습죠? 제가 독일인이면 좀 화가 날 거 같아요! 

제 가족의 경험들을 본 글에서 두 세가지 나열하기 전에, 서론을 좀 길게 빼보려고요.

독일인들을 이해하는 좋은 예가 되기를 바래요.

그런데, 진실은요, 독일에 수십년 살아도 절대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어렵다라고 하네요. 먼저 독일이민 온 선배님들이 그러세요. 

 

 


각설하고요, 독일의 근세 역사를 간략하게 적어보면요,

(재미없으니까 그냥 뛰어 넘어세요 ㅎㅎ)

 

근세 150년 역사만 보자면, 독일은 1800년대 후반에나 처음으로 통일이 되면서 비로소 독일이라는 국가를 이루게 되요.

그리고는 비스마르크 재상을 중심으로 급격히 나라의 힘이 커져서, 이웃 열강들에 겨눌만한 세력이 되어 갔죠. 그런데 이 때 상황이 녹록하지 않았죠.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유럽 열강들은 전 세계를 대부분을 자기들 식민지로 확보해둬서, 독일이 새로이 개척할 식민지가 별로 없었던 거죠. 거기다, 지리적으로도 동서남북으로 다른 유럽국가에 둘러 쌓여 있어서, 뭘 해볼 수가 없었어요. 군사적으로도 육군은 강했지만, 해군력은 아주 약했죠.

산업화의 진전으로 생산량은 대폭 늘어나는데, 판매할 식민지를 못 구하니,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내부적인 불만을 외부로 돌릴 수 밖에 없고, 식민지를 구하려니 이웃 열강을 먹어야만 가능했기 때문에, 결국에는 1차/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죠. 물론, 경제적인 측면 위주의 해석이지만, 세상은 어쨌거나 알고보면 다 돈 때문에 일이 생겼다라고 하네요. 

 

첫 통일되기 이전에는 그냥 게르만족이라 불리는 수백 개의 도시국가 형태로 주로 존재했죠.

 

즉, 한국 같이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생긴 게 겨우 150년 정도밖에 안 된 셈입니다. 인종적으로는 우리가 막연히 게르만족이라고 알고 있고, 대체로 맞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제 주변을 살펴보면, 정말 유럽 여러 인종들이 마구 섞여 살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 살면서 체감으로 느끼기에는, 독일인은 대략 70%, 터키인 10% 이상(=서쪽 도시들 중, 일부는 50% 넘는 터키인구 비율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동구출신(러시아, 루마니아, 헝가리,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10%, 그 밖(아시아, 서구유럽 등)에 10% 정도입니다. 물론, 저의 대충 추정이에요.

 

세계대전 이후에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철저히 반성하면서, 외국인들에 대한 상당히 우호적인 정책들을 취하고, 인류보편적인 가치를 앞세우면서 인종차별, 극우성향(나찌즘) 등에 대해서는 굉장히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곤 해요.

아우슈비츠
아우슈비츠 혹은 오시비엥침(폴란드어)로 불리는 강제수용소에서 죽어갔던 아이들 신발더미. 지금은 박물관. 이런 곳에 독일인들이 특히 학생들이 방문해서 역사교육을 받아요. 일본과 정말 비교되죠?

지금도 나찌, 히틀러, 하켄크로이츠(상징 문양, 卍 거꾸로) 등은 공공장소에서 절대로 언급하거나 표시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죠. 유럽에서 그나마 인종차별이 가장 적은 나라가 독일이에요. 그러나, 요즘도 심심찮게 극우주의자들이 뉴스에 나오고, 극우주의 정당이 힘을 얻어가는 모습에 저희 같은 외국인은 좀 무섭기도 하네요.

특히, 옛 동독지역이 심한 편인데, 옛 서독지역에서는 제가 사는 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르트문트(=축구팀 유명하죠)가 악명이 좀 높아요. 동서독이 통일 된지 30년이 된 현재도 동독지역이 서독지역에 비해 낙후되었고, 일자리 상황도 안 좋고, 불법이민자(시리아 난민 백만 등)들이 최근에 많이 유입되면서, 과거 동독지역의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에요. 

 

여하튼, 독일은 이러한 20세기 초 역사적인 과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아이들에게도 교육을 통해 심도있게 가르쳐요. 그래서, 그나마 유럽에서 가장 인간에 대한 존중, 약자에 대한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있고, 인종차별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거라 생각해요.

 

 


제가 처음 2009년에 왔을 때만 해도, 중국인은 보기 힘들었어요.

아시아인 자체가 독일에서는 소수에요.

 

유럽 다른 나라를 살펴보면, 한 가지 큰 특징이 있어요.

그 나라가 과거에 식민지 삼았던 나라들, 그래서 같은 언어를 쓰는 제3국 출신 이민자들이 그 나라에 많이 살면서 하층민을 형성하고 있죠. 

 

가령, 스페인에 가보시면, 남미출신들이 식당에서 서빙을 하거나, 주방에서 일하거나, 시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요. 포르투갈에 가면 브라질 출신들이 많죠. 프랑스에 가면 아프리카 흑인들이 상당히 많은데, 제가 업무 상 파리를 1년에 최소 1번씩은 다닌 거 같은데, 지난 20년 동안 파리를 갈 때마다 흑인들 숫자가 계속 더 많아 지고 있다는 것을 문득문득 인지하게 되요. 파리 주요 역 근처는 거의 흑인들만 사는 동네라고 보시면 되고요. 영국에는 당연히 인도 사람이많고요.

 

독일은 식민지가 없었지만, 터키계 이민자가 대략 전 인구의 10% 정도 되요. 과거 1차 세계대전 때 독일 편에 섰다가 대략 난감 망해서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영역이 줄어들고, 2차 대전 때는 중립 지키고 어찌어찌 하다가, 독일이 전쟁이 패망한 이후에, 나라를 재건할 남자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터키로부터 이민자를 대량으로 받아들이게 됐죠. 물론, 그 이전 1900년대 초부터 터키계가 계속 유입되었다고 합니다만, 주로 터키에서도 핍박 받던 투르크인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들었어요. 이슬람이기는 하지만, 터키는 기본적으로 다른 중동의 근본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사우디, 이란 같은 이슬람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상태라, 일부 터키계 여자들이 얼굴에 간단한 걸(=히잡) 쓰기는 하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아요.

히잡
무슬림 여성들이 쓰는 히잡이 종류만도 10가지 정도 된다고 하네요. 위 사진과 같이 얼굴을 내놓고 스카프 같이 쓰고 다니는 경우는 독일에서 종종 봅니다. 크게 위화감은 없어요. 
검은 옷
요정도 가리는 사람도 참 보기 힘들었는데요, 그나마 얼굴은 내놓고 다니니까 좀 덜해요. 
눈 빼꼼
2017~2018년에 저런 난민들이 독일 전역에 들어왔을때 참 오싹했어요. 이질감을 어떻게 말로 하기가 그래요. 길 가다가 보면. 요즘엔 안 보여요. 그 이유가 참 궁금해요. 

 

그런데, 2017년부터인가 시리아 내전 이후, 백만 명의 새로운 이민자들이 전국 각지에 배치되었을 때, 우리 동네 같은 작은 도시에도 그들이 유입되어, 눈만 내놓고 전체를 까만 천으로 덮은 그들이 도로를 지나갈 때, 독일인들 뿐 아니라, 저도 그 광경에 생경함을 넘어,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문득 들더라고요. 저도 모르겠더라고요. 아무리 인류애를 발휘한다고 한들, 내가 사는 마을에 중동에서 온, 근본주의 무슬림들이 돌아다니니 마음이 편치는 않더라고요.

 

지금도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 200미터 떨어진 건물에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는데, 그들이 아침, 저녁으로 저희 사무실 앞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보여요. 생사를 넘나들며 이곳까지 온 그들이 불쌍하게 느껴지다가도, 막상 내가 사는 곳에 그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아리까리 하네요. 제 아들이 학교에서 자전거 잃어버렸을 때, 가장 먼저 의심한 것이 이민자들이었고,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 건물 앞을 제 아들 자전거 비슷한 게 있나 살피면서 지나간 기억이 남아있어요. 

 


 

저희가 여기 와서 듣는 질문 중에, 가장 짜증나게, 또는 자존심 상하게 하는 질문이 뭐냐며,

“니들 중국에서 왔어?” 라는 말입니다 짜증이 확 올라오죠.

 

물론, 그들 입장에서는 이게 우리를 개 무시하는 의도적인 질문은 대체의 경우 아니에요.

그냥, 아시아인 같이 생긴 우리들을 지나칠 정도로 구분 못하죠. 우리가 외국인 보면 잘 구분 못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전혀 다르게 생긴 두 아시아인이 있다고 해도 다음에 만나면 잘 헷갈려 해요. 당하는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죠. 여하튼, 그들이 너 중국인이야? 라고 하는 질문에는 너 그런 덜 떨어진 나라에서 왔어? 너 그 더러운 나라에서 왔어? 라고 우리는 한쪽 가슴으로 느끼지만, 그들은 그냥 단순히, 우리가 아시아인으로 보이니, 확률적으로 그냥 그렇게 질문하는 거에요. 물론, 유럽에서 중국인의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비하의 의미가 있는 경우도 있고, 그걸 우리가 100% 구별하기가 어려워요.

 

한 번은 제가 이마트 같은 독일의 대형마트인 REAL의 입구를 들어가고 있는데, 제 귓가에 Chinesisch(=중국인)이라고 낮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잠시 뒤에 기분 나빠서 휙 돌아보니, 10살 남짓 되어 보이는 터키 애 같은 애가 후다닥 가더군요. 제 아들은 학교 다니면서 이 질문은 여러 번 들었고, 가끔 눈을 옆으로 찢어 보이는 애들도 만나기도 한다네요. 그 친구들은 그게 인종차별적인 행위인지도 모르고 하기도 하고요.

팬더 사랑
중국인들의 팬더 사랑은 정말 상상초월이라죠. 이해가 안되요 사실 ㅎㅎ

또 언젠가는 제 아이가 10살 즘 되었을 때, 와이프와 같이 트램을 타고 시내에서 되돌아 오는 길이었는데, 탁구 클럽에 다니고 있어서 그날따라 탁구 라켓 가방을 가지고 있었죠. 그 때, 맞은편에 있던 13~4살 즈음 되어 보이는 두 남자애들이 제 아이에게, 너 중국인이야? 라고 갑자기 물었죠. 그 때, 제 아들이 신경질적으로 난 중국인이 아니야!라고 소리쳤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독일 애들이 하는 말이, 자기들도 탁구 클럽에 다니고, 제 아이가 아시아인인데다가 탁구라켓 가방을 가지고 있길래, 그냥 무심코 물어본 말인데, 왜 화를 내냐고 황당해했어요. 오해가 생긴 해프닝이긴 한데, 뭐 어쩔 수 없죠 이런 경우는.

많은 한국인들은 길을 가다가도, 쇼핑센터에 가다가도 갑작스럽게 눈 앞에 나타나서는 어떤 중국인이 중국말로 쏼라쏼라 하고 물어오는 경험을 여러 번 했을 거에요. 어떤 때는, 저희를 베트남이나,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온 거냐고 묻는 경우도 있어요. 유럽인들 입장에서 아시아인을 따로 구분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긴 할텐데, 당하는 입자에서는 열불이 날 때가 많죠. 독일인 입장에서 한국은 딱히 선진국은 아니에요. 자기들보다 한 수 아래로 보는 거죠. 그래서, 독일인 입장에서는 우리가 한국인이거나, 중국인이거나, 베트남인이거나 뭐 대충 거기서 거기라고 보는 입장인 듯 해요, 혹은 그들은 아시아에 대해서 거의 무지하거나,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거죠. 열 받으면, 열 받는 저희만 손해에요. 

자금성
북경의 자금성이에요. 지금 중국 전의 왕조인 청나라의 황제가 살던 곳이죠. 그런데, 중국 역사의 거의 절반은 북방민족에 의한 식민역사에요. 그거를 잘 인식 못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ㅎㅎ. 중국 역사의 절반은 식민역사에요! 

 

그래도, 독일은 아시아인, 혹은 한국인 입장에서는 인종차별이 그나마 아주 적은 나라죠.

독일에 사는 단점 중, 하나이긴 하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여러 번 겪다 보면 만성이 되고, 또는 독일의 큰 도시에 살면 외국인이 많기 때문에, 혹은 잘 사는 중산층 외국인이 많고, 독일인들도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고, 해외에 관심이 높은 계층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이런 인종적인 차별을 겪거나 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덜 하다고 알고 있어요.

저희가 사는 촌구석에는 교육수준이 낮고, 이 지역에서만 산 토박이들이 꽤나 있어서, 나이든 독일인들은 가끔씩 저희가 지나가면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하죠. 마치, 한국의 어느 산골에 독일인 가족이 지나가면 아마도 시골 노인 분들이 눈길을 떼지 못하는 거와 마찬가지죠. 그렇게 이해해야죠 뭐. 딱히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두서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네요.

여기서 외국인으로 10년 이상 살다 보니, 우리 자신들도 얼마나 다른 인종(=가령 동남아, 중국, 아프리카 흑인 등)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살았는지, 그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곤 해요.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 이성으로는 되는데, 감성(마음)으로까지 되는데는 시간과 성찰이 필요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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