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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이민

독일이민, 자녀의 미래를 우선 순위에 둔다면 옳은 선택인가?

by 댄초이 2021. 2. 12.

 

독일이민, 자녀의 미래를 우선 순위에 둔다면 옳은 선택인가?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살아야죠. 

저는 얼떨결에 회사의 해외파견으로 오게 되었다가 눌러앉은 경우인데, 자발적으로 이민을 선택하시는 분들도 많이 늘고 있죠. 왜 이런 선택을 하시는가 하면, 대부분 자녀의 교육 때문이라고 생각돼요.

 

기러기 아빠라는 사회현상이 생긴 것도 가족의 완전 이민 시에 문제가 되는 경제적인 면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아빠가 한국에 남아서 돈을 벌고, 엄마가 아이와 함께 해외생활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떨어지면 멀어진다고 아이의 교육환경과 미래는 좋아졌을지 몰라도, 부부간의 관계와 아빠와 아이의 관계는 소원해지기 십상이죠. 

 


제가 독일에 오래 있다 보니, 교육을 위해 이민을 결심해서 오신 분들 혹은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글을 한 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정말 절실해서 아이의 교육을 위해 해외 이민을 선택하시는 분들께 독일이 이래서 좋고 나쁘다고 하는 점을 한국생활과 비교해서 알려드리고 싶어서 이 글을 써요. 

 

이민을 생각하지 않고 계시는 다수의 여러분들에게도 한국 교육의 문제점과 여러분 자녀의 미래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는 글이 되었으면 바랄 게 없겠어요. 


부모님 따라 독일로 이민 온 가정의 아이들은 공부의 굴레에서 해방되게 됩니다.

 

독일에서 태어난 한인가정 아이들은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학교를 잠깐이라도 다녀본 학생들은 독일 이주 이후, 처음 개월 정도만 언어적인 문제로 학교생활 적응이 필요하지, 친구들을 사귀고 학업스트레스 없고, 사교육 없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됩니다.

보통 한국가정 아이들이 김나지움(인문계학교)로 진학을 많이 하곤 하는데, 학년이 높이 올라가더라도 오후 3~4시에는 수업이 끝납니다. 그 이후 시간은 각자 하고 싶은 스포츠, 음악 컴퓨터 게임 등을 즐깁니다너무 놀아서 한국가정 부모들은 걱정합니다만, 주위 독일 아이들도 대체로 공부를 안하니 뭐라고 설득할 명분이 부족합니다

 

한국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학원에서 공부하니, 아이들이 공부 안 하면 다른 아이들 비교하며 공부하라고 다그칠 명분이 있지만, 독일에서는 대체로 다른 아이들도 공부를 안 하니, 내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칠 명분이 없습니다. ​

 

아래는 독일 김나지움(인문계 학교) 6학년 시간표예요. 

6학년 시간표
6학년 시간표. 월/수/목 6교시 (1시 15분), 화/금 9교시(4시)까지 수업. 점심시간에 집에 와서 밥 먹고 갑니다. 급식이 따로 없고, 집이 먼 아이들은 집에서 가져온 간단한 빵 (샌드위치)를 먹거나, 맥도널드, 케밥 등을 먹어요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공부하는 학생의 경우, 11학년 12학년(3) 때는 내신성적 때문에 학교공부에 조금 신경을 씁니다그렇다 하더라도 한국과 비교하는 어불성설이죠12학년 후반 학기() 아비투어라고 수능 같은 시험을 봅니다평생을 따라다니는 점수입니다재수 같은 없습니다. 즉, 독일에서는 수능 같은 시험을 평생에 딱 한 번 볼 수 있습니다. 

그 점수를 바탕으로 대학 지원을 하게 되는데 의대나 법대 등을 제외하고는 대학 입학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습니다. 

 

진정한 승부는 대학졸업에 있습니다. 대학의 공부량이 많고, 한 학년 올라가는 것이 상당히 버거워서 4년 만에 대학 졸업하는 비율이 30% 정도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공대생들에 대한 사회의 대우가 상당히 좋습니다

한국과는 반대 상황이죠. 급여도 높고 지금도 공대졸업인력이 모자라는 상황입니다, 본인만 대학생 때 열심히 공부해서 늦지 않게 졸업하면 좋은 독일 기업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드립니다만, 어떤 대학을 들어가는지는 거의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성적으로 졸업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언어적인 측면에서도 독일어가 모국어가 되며, 한국어는 집에서 사용하는 빈도에 따라 아이들의 능력이 다른 경우가 많고, 영어는 같은 라틴어 계통이라 독일어를 하는 아이들은 상당히 쉽게 영어를 습득합니다. 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학교수업만으로 상당히 느는데 즐거움을 넘어 당황스러움을 느끼실 겁니다웬만한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할리우드 영화를 자막 없이 있습니다특별히 영어 사교육 없이 말이죠물론, 발음은 원어민 수준까지는 아니고 독일인 특유의 약간의 억양이 존재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발음도 아주 우수합니다.

 


학교 생활이 스트레스가 없다는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학교 행사 중 노래 공연 사진
학교 행사 중, 노래 공연 한 장면.. 공연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낮은 수준에 감탄했어요! 

위 사진의 설명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희 아들이 다니는 김나지움(인문계 학교) 행사 , 학부모들을 강당에 초대해서 연극이나 음악 공연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공연을 위해 올라온 아이들은 학교의 연극이나 클래식 음악 연주 서클에서 정기적으로 연습하는 아이들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인인 제가 보기에 공연 수준이 아주 엉망이었죠.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고, 연극한다는 아이들의 몸짓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연주는 아마추어 티가 많이 납죠. 그런데, 왜 이런지 생각해 보면, 금방 수긍이 됩니다.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계시지만, 서클의 아이들은 잘해서 모인 게 아니고, 자기가 하고 싶어서 모이고, 자기들끼리 협의해서 행사를 준비할 뿐인 겁니다. 즉, 전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준비하고 이를 보여주는 모습이 한국인 학부모에게는 언제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남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는 문화의 한 단면을 본 기분입니다. 

 


독일의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한 한국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물론, 어떤 학과를 졸업했는지도 어느 정도 중요하긴 하겠죠. 독일어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고 영어로 작문, 듣기, 프레젠테이션 가능한 수준이면, 어느 직장이든 잡을 있습니다독일에는 대기업 외에도 상당히 기술적인 수준이 높은 중견기업, 강소기업들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독일에 진출한 많은 한국기업들도 그들이 취업할 있는 직장들입니다. 한국 직장을먼저 잡고, 나중에 독일이나 유럽 유수의 기업으로 옮기거나, 반대의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는 경우죠.

 

이 아이가 공대 학과를 적절한 시기(4~6년)에 괜찮은 성적(=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졸업한 후에 독일의 중견기업에 입사합니다. 몇 년 경력 쌓은 후에, 독일에 진출한 삼성, LG에 입사? 충분히 가능합니다. 쉽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어도, 한국에서보다 훨씬 쉽다고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직원을 뽑는 삼성이나 LG 독일법인/유럽법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직원을 구하는데, 독일인도 아니고, 한국인 2세인데, 독일어, 영어, 한국어를 모두 잘하고, 관련 전공 학과를 졸업하고, 경력 몇 년 되는 스펙이에요. 뽑겠어요? 안 뽑겠어요? 당장 뽑죠! 그리고, 이런 친구가 삼성에서 또 몇 년 경력 쌓으면, 그 뒤에는 유럽 굴지의 대기업 어디에도 갈 수 있습니다. 선순환인 셈이죠.

 

이런 시나리오는 한국에서는 SKY 대학 나와도 쉽지 않은 시나리오입니다. 그러나, 독일 이민 2세 아이는 적당히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서만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또 다른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독일 이민 가정의 아이가 공부에 욕심이 있어서 어느 정도 공부를 한다면, 그리고 그 아이가 한국의 서울 소재 대학에 들어갈 정도의 공부머리와 끈기만 있다면, 독일 김나지움(인문계)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의대 진학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1960~70년대 광부와 간호사로 오신 분들의 2세 중에 의사나 변호사를 직업으로 가진 분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부모가 고된 노동으로 아이와 돌 볼 시간이 부족하고,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하지 못하거나 하여, 좋은 직업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건 개인 간의 차이라고 봐야겠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보다 아이가 더 좋은 직업을 가질 확률은 확실히 높습니다. 

 

그리고,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아이가 설령 공부머리가 모자라 실업계를 간다고 하더라도, 아이만 적당히 성실하면 충분히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바로 독일입니다.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 들어보셨나요? 10대 후반부터 교육받으면, 20대 후반이면 마이스터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고, 그럼 월 수입이 상당합니다.

 

과거에 유머 비슷하게 독일에서 회자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래 적습니다.

 

 

어느 날, 독일 변호사의 집 지하실에 물이 새는 사고가 났습니다.

그는 급하게 마을의 배관공 사무실을 검색해 전화해서 배관공을 불렀어요. 도착한 배관공이 간단히 누수 작업을 30분 만에 마쳤습니다. 그리고, 서류를 내밀며 사인할 것을 변호사에게 요청했죠.

 

서류를 물끄러미 보던 변호사는 엄청난 청구액에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배관공이나 할 걸".

 

그 말을 들은 배관공이 사인된 서류를 되받으며 대답합니다.

 

 

 

 

 

"나도 한 때는 변호사였소!"

 

 

 


 

한국과 다른 생활환경 한 가지 더 들어보겠습니다.

 

사회주의적 자본주의 국가인 독일은 노동자의 권익이 상당히 보장되어 있습니다그래서, 10 이상 회사는 직원을 함부로 해고할 없습니다도리어 이를 악용하는 직원들이 더러 있을 뿐이죠

 

우리 아이들이 독일에서 자라고 교육받고 야근 없는 직장을 다니고, 자기 삶을 누리는 생활을 하고, 나이가 차서 직급이 올라간다고 회사를 나가야 되는 그런 풍조도 없는 곳에서 살아가게 됩니다우리 어른 세대가 누리지 못한 워라밸을 독일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은 보편적으로 누구나 다 누리게 됩니다.

 

 

산책길
주택지 주변에는 크고 작은 산책할 만한 곳이 정말 많습니다. 햇빛을 받기 위해 쭉쭉뻗은 나무들 아래 걷거나 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죠


이제 이 글의 결론입니다.

 

이 글이 어느 정도는 장밋빛 가득한 점 인정합니다. 

 

이민 온 이후에 부모는 경제적인 면을 2~3년 내에 해결할 방안을 찾아서 안정을 찾아야 되고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원만하게 이루어가야 된다는 점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이민을 결정한 가정의 부모세대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삶을 일정부분 희생하는 것이라고도 말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면이나 본인의 커리어적인 면은 차지하고서라도 부모는 낯선 땅에서 전혀 다른 인종과 섞여 사는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크고 작은 일들에 지치고 힘들 겁니다.

당신의 아이들이 한국에서 자라게 되면, 당신이 겪은 수많은 경쟁과 고용 불안과 경제적인 어려움에 수시로 노출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독일에서 당신 자녀가 자라게 된다면, 스스로 공부하고 자신의 진로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삶을 어릴 적부터 영위하게 됨으로써 우리 아이들은 부모세대보다는 훨씬 더 주도적이며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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