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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활/교육, 독일 교육

독일 중고등학교 생활, 공부는 언제 할거니?

by 댄초이 2021. 1. 16.

 

독일 중고등학교 생활

 

오늘은 독일에서 초딩 4년을 마친 후에 한국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독일 교육제도와 아이들의 장래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써보겠습니다. 

 

독일 학교 학년제를 간단히 살펴 보자면, 초딩 4년, 중고등 9/8년, 대학 3/4년(?)입니다.

특별한 점은 초등 4년 이후에 아이 진로가 결정된다는 겁니다. 초등 4학년 이후에는 김나지움(Gymnasium, 한국 인문계, 대학 갈 아이들), 레알슐레(Realschule, 한국의 상업계고에 해당. 은행 등 사무직에 취업)와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 몸으로 하는 직업군) 등으로 나뉩니다.

친구
김나지움 5학년 당시 친구와 한 컷. 폴란드 부모 아이와 한국 부모 아이

자세한 사항은 인터넷에 널려있으니 생략하기로 하고요, 중요한 점은 아이들이 초등 4학년 이후에 인생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커 가면서 진로 변경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학교도 옮길 수 있고, Gesamtschule(게잠트슐레) 라는 학교 형태도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게 되는 이유는 대학 나왔다고 해서 더 좋은 직업, 많은 월급이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현실, 다른 말로 공부를 지지리 못해서 하우프트슐레를 가더라도, 아이가 15세 넘어가면 즉, 한국 고등학교 1학년 정도되면 실습 나가는데, 일반 주택의 전기공, 벽돌공, 목수, 정원에서 일하는 직업, 굴뚝청소부, 기와장 고치는 일 등을 하는 사람이 되는 걸 실습하는데, 경력이 쌓이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공부해서 대학가더라도 여기서는 4년만에 대학 졸업하려면 정말 열심히 빡세게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고, 또한 대학을 졸업해도 과에 따라서 취직이 잘되고 못되고가 천차만별입니다. 한국분들은 애를 보통 김나지움(인문계고) 넣으려고 하시지만, 애가 공부에 취미가 없다면 다른 학교 가는 것을 터부시하실 필요 없습니다. 가령, 저희 집 기왓장 2개가 지난 여름에 바람 세게 불어서 제자리를 이탈해서 업체에서 왔는데, 두 명이 와서 딱 5분 있다 갔는데, 100유로(13만원) 냈습니다.

 

인건비가 비싸다는 건, 사람이 직접 관여하는 서비스료가 비싸다는 건데, 소비자로서는 불만이지만, 내가, 내 친구가, 혹은 내 가족이 그런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괜찮은 겁니다. 한국하고 비교했을 때, 직종별로 임금격차가 심하지 않으니, 굳이 대학 보내려고 독일 학부모들이 극성부리지 않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대학 보내려는 수요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는 말도 들리고, 독일 학부모들 중에서도 극성인 부모들이 더러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현재 김나지움에 다니는데 9학년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중3이지만, 나이로는 중2에요. 한국보다 반년 일찍 학기가 시작하기 때문인데, 현재 배우는 수학 수준을 보자면, 한국보다 1~2년 정도 늦는 거 같네요.

 

고등학교에서 미적분 배우는 나라는 한국하고 인도밖에 없다고 알고 있는데, 독일도 마찬가지로 대학에서 자연계 학생들만 배운다고 들었습니다.

 

중3수학
독일 9학년(한국 중3) 수학 문제 예

 

 

중3 수학 풀이
독일 9학년(한국 중3)의 수학 풀이

 

영어는 반대로 수준이 상당히 높습니다.

제가 지난 글에서 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내지 않고 독일학교에 보낸 걸 좋은 선택이었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말씀 드리자면, 우선 국제학교 가면, 보통 거기 오는 애들이 3년 주기로 움직이는 아이들이라, 학교 공부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노는 애들도 생각보다 많아요. 물론, 영어는 엄청 잘하겠죠. 한국 분들이 중요시하는 발음도 더 좋을 거고요. 그러나, 그것뿐입니다.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아는 한국 애들은 따로 한국교과과정에 맞게 과외를 합니다. 한국에서 수능을 봐야되니까요.

 

그러나, 독일학교를 다니게 되면, 우선 독일어를 완벽하게 배우게 됩니다. 즉, 모국어가 독일어가 됩니다.

 

 

 

그리고, 집에서는 한국어를 쓰고, 요즘은 인터넷, 유투브 등으로 한국 관련 방송을 많이 보기 때문에 애들이 상대적으로 한국말도 과거 2세들 보다 훨씬 잘 합니다.

 

여기서 이슈는 영어입니다. 제가 제 아이 통해서 확인한 건데, 독일어를 모국어로서 학교 수업 어느 정도 따라가면, 영어는 정말 쉽게 배웁니다. 라틴어를 같은 뿌리로 두고 있고, 독일어가 영어보다 문법이 훨씬 어렵습니다. 그리고, 영어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이 되고, 비슷한 단어들도 꽤 됩니다. 요즘은 많은 학교에서 초등1학년부터 영어수업을 하는데, 말하기, 듣기를 기본으로 하고, 학년이 올라가면 에세이 작성 등 쓰기도 중점을 둡니다.

 

제가 해외영업을 주업으로 하는데, 말하는 것은 제 아이보다 제가 조금 더 나은 거 같은데, 듣기는 저보다 제 아이가 훨씬 나은 거 같아요. 가령 같이 헐리웃 영화를 보는데, 저는 자막에 눈길 주느라 바쁜데, 아이는 한글 자막을 보지 않아도 내용을 대략 이해한다고 합니다. 제 아이가 특별히 뛰어난 게 아닙니다.

 

영어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대부분의 아이들이 영어로 묻고 대답하고 질문하고 하는 게 상당히 자연스럽다고 합니다. 물론, 발음은 국제학교 다니는 애들보다 못하겠죠. 그러나, 독일어도 나름 유럽에서는 파워가 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채택하고 있고,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외에도, 가령 스페인, 크로아티아, 그리스 등 독일인이 휴가 많이 가는 지역에는 독일어 하는 현지인들이 많이 채용되어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파워가 있는 거죠.

 

물론, 프랑스어 같이 아프리카에 다수 사용되거나, 스페인어 같이 남미에 다수 사용되는 언어는 아니지만, 독일어는 그 경제력에 비례하여 갈수록 언어 파워가 더해지고 있어요.

 

가령 아이가 독일어, 영어, 한국어 3가지만 잘하더라도 나중에 커서 자기 밥벌이 하는데 별 지장 없을 겁니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도 이제 무시 못하거든요. 독일업체에 취직할 때도, 한국 회사에 취직할 때도 플러스겠죠. 혹은, 독일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업했다가 한국 대기업에 직급 상향해서 들어가는 경우도 가능합니다. 주위에서 독일 이민자 2세 아이들이 이런 경우가 꽤나 있습니다. 

 

한 가지 큰 변화가 최근에 있었어요.

 

학제가 과거 13학년제였다가, 몇 년 전에 12학년제로 바뀌었는데, 애들이 학업수위가 너무 쎄다고(?) 다시 13학년제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13학년제라고 하면 한국보다 초중고 생활을 1년 더 하는 거죠. 이건 초중고생을 아이로 둔 가정이 독일 이민을 올 때 중요한 사항인데요, 만약 독일이 13학년제로 바뀐 후에 온다면, 한국에서 고3을 마치고 독일에 오더라도 독일로 치면 12학년 마친 것이기 때문에 독일에서 13학년, 즉 고등학교 1년 더 다녀야 대학 들어갈 자격이 생깁니다. 더군다나, 독일어를 별도로 더 공부한 이후에나 들어가야겠죠 수업 따라가려면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애들 있는 집에서 이민을 생각 중이라면 애가 고등학교 가기 전에 와서 학교 바로 들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되네요. 같은 학년으로 들어가도 좋고요. 애들이 힘들긴 하지만, 1년만 지나면 금방 적응할 겁니다.

 

아마 대부분, 반에서 수학 천재 소리를 들을 거에요. 이건 실화입니다. 아시는 분이 3년 계시다 갔는데, 그 아이가 한국에서는 그냥 저냥 중간 정도 학업 성적이었는데, 독일에 와서 수학만은 수재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이미 1~2년전에 다 배운 거니까요. 그리고, 한국 돌아갔는데, 다시 중간이라고 하더군요.

 

각설하고요, 독일에서 10학년(고1)부터는 소속 반이 따로 없고, 대학 수업같이 자기가 수강하는 과목 따라 교실을 이리저리 다닙니다. 애들이 기본적으로 공부를 거의 안 해요. 물론, 하는 애들도 있죠. 한국에서 하는 식으로 공부하고 과외하는 학생은 없습니다.

 

단, 성적 매길 때, 한국 같이 시험만 잘 쳐서 되는 게 아니고, 수업시간에 자기 발언을 적극적으로 잘 해야 됩니다.

 

이런 환경이 나중에, 이 친구들이 사회생활 할 때도, 자기 발언을 조리 있게 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생각됩니다. 가령, 시험은 항상 잘 보는데, 나중에 성적은 2(=한국의 에 해당)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사유는 수업시간에 자발적이지 않은 거죠. 이게 실제로 회사생활 등 커서 사회에서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부모님들은 아마 경험으로 아실 거에요. 시험만 잘 치는 아이로 키우는 한국 교육하에서는 이런 주도적인 아이가 나오기 힘들죠.

집회
학교 선생님 주도, 동의하는 학생들이 환경관련 실제 집회에 나선 모습. 물론 학교 수업 빼먹고 갑니다. 독일에서 학교장은 행정을 하는 사람이지, 선생님 위에 군림하는 존재는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사회참여를 체험합니다. 선생님 주도이긴 하지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토론하고 참여합니다. 

대학 갈 때, 내신은 11학년과 12학년 성적이 중요합니다. 전과목을 다 잘해야 되는 게 아닙니다만, 내용이 꽤 복잡하기 때문에, 필요하신 분은 다른 곳에서 정보 얻으시길 바랍니다. 제 아이가 그 학년이 아직 아니라서 잘 몰라요. 미리 알 필요가 없어요, 애가 알아서 하겠죠. 내신 외에, 12학년 2학기 초가 되면 아비투어 라고 우리로 말하면 수능 같은 걸 봅니다만, 이 또한 한국과도 무척 다릅니다. 교수 앞에서 구두 시험도 봐야 되는 등 많이 다릅니다.

 

대학은 제가 아직 정보가 별로 없네요.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은 대학 갈 때, 웬만한 과는 갈 수 있다라는 점입니다. 의대나 법대 같은 특별한 과를 제외하고는 말이죠.

 

대학 자체도 한국 같은 서열화는 없다고 보시면 되고요. 대학 수업료는 무료입니다. 유학생도 무료입니다.

 

대신, 학업이 좀 빡센 편이라서 공부를 심하게 해야 되는 과가 좀 많다고 들었습니다. 커 갈수록 공부를 빡시게 하는 거죠. 물론, 과별로 유명한 대학은 있습니다. 대학 자체가 유명한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과거 노벨상을 많이 배출했다던가 하는 거죠. 3대 공대라고 하는데가 베를린공대, 뮌헨공대, 아헨공대 라고 들었습니다만, 다른 공대 나와도 취직하는데 별 문제 없습니다. 무슨 과인지, 어느 대학 어느 교수님, 그런 게 더 중요하더라고요.

 

그리고, 대학생들의 학업수준을 말해주는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볼께요.

 

제 지인 아들이 독일 2세인데, 아헨공대 기계공학과를 들어갔습니다. 김나지움(인문계고)때 반에서 1등 하는 친구나 15등 하는 친구나 다 들어갑니다. 그런데, 1년 지나니 절반이 자퇴서 내고 사라졌다 합니다. 이유가 2가지 인데,

 

첫째로 공부가 너무 어려워서 못 따라가서 다른 학교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고, 둘째로 스스로 과가 체질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다른 과로 전공을 바꾸는 경우 입니다.

 

이 친구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 대학원을 어머니의 나라, 한국의 포항공대 대학원으로 들어갔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용했나봅니다. 

 

방학 중에 독일에 와서 부모님께 ‘한국 학생들 수준이 좀 떨어진다’ 라고 말하더군요. 무려 포항공대 대학원인데 말이죠!

왜 그럴까요?

 

다 아시겠지만, 한국애들은 주입식으로 시험 잘치는 기계로 고등학교를 정말 열심히 다닙니다. 그리고, 대학 왔는데, 스스로 학습하고 의문 가지고 학업을 수행해가는 습관이 몸에 붙어 있지 않은 겁니다. 이 독일2세 친구는 대학에 가서야 미적분을 배우고 하는데, 나중에는 실력이 한국 엘리트 학생들보다 더 좋아지는 거죠.

 

다른 이야기 하나 해드리면, 아헨공대에 가면 한국인 유학생 출신들이 기부해서 세운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이죠. 서울대 공대에 가면 아헨공대 유학파 출신 교수님들이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헨공대 출신이 독일에서도 많은 대기업의 임원, CEO로 유명하죠.

 

독일에서는 경영학과 나온 전문경영인보다, 공학박사 출신 CEO가 훨씬 많습니다. 

 

여담으로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한국에서 서울대 공대 들어가려면 정말 정말 머리 좋고, 끊기 있고, 공부 열심히 해야 갈 수 있겠죠? 독일에서 우리 아이가 만약 아헨공대 가고자 한다면, 그냥 들어갑니다. 거기서 지가 잘 버텨서 졸업할 때 성적이 괜찮으면, 자매결연 맺은 서울대 대학원 같은 데로 유학이 별로 어렵지 않을 겁니다. 물론, 대학원을 서울대로 가느냐가 그 아이에게 득이 될지는 둘째 문제이고요. 제 말씀은 이겁니다.

 

한국에서 교육받은 우리 아이들은 정말 정말 힘들게 공부해서 경쟁 뚫고 좋은 데 들어갑니다. 그런데, 독일에서 설렁설렁 공부해서 대학을 간 아이들이 만약 대학에서 놀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하면, 나중에 사회 나와서 서울대 나온 애들보다 더 좋은 대우받고 독일기업, 한국기업에 들어갑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단순히 한국 애들이 실력이 떠 뛰어난데 불이익 받는 게 아니고, 대학, 대학원 졸업했을 때 실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독일 대학은 세계 100대 대학에 들어간다는 그런 국제 명문학교는 거의 없습니다만, 위에서 누가 언급 드린 대로 서열화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더 좋습니다.

 

독일 이민 생각하시는 분에게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민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그 반대급부로 내가 그리고 가족이 잃을 어떤 것을 감내할 수 있을 지 입니다. 이 부분은 독일 생활 카테고리를 통해 하나씩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지금 당장, 제가 독일 이민에 관해서 가족의 관점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아빠 엄마는 잃는 게 많고, 감내해야 되는 게 많아지지만, 아이들은 천국에 사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 아이를 볼 때마다,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제 아이가 너무 부럽습니다.

 

꼭 독일 이민이 아니더라도, 이민을 생각하시는 가정이 있으시면, 부모들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지, 그 나라에서 잘 버틸 수 있는지를 먼저 이성적으로 생각하시고, 감성적으로도 생각하셔야됩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실제 맛을 좀 보고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령, 방학이나, 장기 휴가등을 통해서 과감히 1~6개월 그나라에 임시정착하면서 미리 살아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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