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부분의 이차전지 투자자들에게 유명한 증권 전문가들이 대체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들이,
캐즘구간을 지나고 있는, 하반기 반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차전지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소재 > 셀, 부품 > 장비
순서로 투자하라. 즉, 장비주들은 투자하지 말라는 조언을 완곡한 표현으로 매리트가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작년 7월 말, 이차전지주들의 오버슈팅 후, 많은 종목들이 반토막이 난 상태이고, 일부 종목은 이보다 더 심하다. 즉, 모든 섹터, 종목들이 다 빠졌으니, 앞으로 상승 공간은 소재주에 더 많을 것이다라는 논리다.
이 부분에 대해 나는 공감한다. 장비주는 어차피 셀기업들의 공장 증설이 대폭 증가하는 25~26년에 매출이 꼭지를 찍고 하락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를 아는 투자자들이 선뜻 비중 실어 투자하기를 꺼린다. 그래서, 나의 투자 포트 5 종목 중, 4 종목이 이차전지인데, 소재 1 종목, 부품 2 종목이 있다.
그런데 현재 쌩뚱맞게 장비주 대장인 피엔티를 내 포트의 18% 비중으로 가지고 있다.
그럼, 나는 왜 피엔티를 포트에 넣었나?
1. 장비주 중에서 유일하게 현재 시가총액을 현재의 매출로도 증명가능한 거의 유일한 종목
2. 향후 2년내 매출 성장이 평균 50% 이상
3. 현재 굉장한 저평가 상태
4. 25년부터 LFP 배터리 양산 시작, 종합2차전지업체로 체질개선. 장비주 디스카운트 해소
사실, 나는 이차전지 장비주로 크게 재미를 본 적은 별로없다. 23년 초부터 투자를 해 본 업체는 디이엔티, 윤성에프앤씨, 하나기술 정도인데, 디이엔티는 70% 정도 수익을 6개월 투자로 봤지만, 비중이 10%에 불과했고, 매도(1만 원 매수, 1.7만 원 매도) 2~3개월 후에 3.5만 원 이상 찍어버려 굉장히 아쉬웠는데, 그것은 엄청난 오버슈팅이었고, 지금은 1만 원 부근까지 내려왔다가 반등하고 지지부진한 상태다. 윤성에프앤씨는 저점에서 몇 배 뛴 상태에서 조정받을 때 매수했다가 크게 재미는 못 보고, 단기에 매도해 버렸다. 이유는, 홀딩하면서 회사를 계속 생각해 보다 보면 문득문득 회사의 스토리도 좋고, 장비의 기술력도 좋은데, 현재 실적대비 시총이 너무 높아서, '내가 여기서 얼마를 더 먹겠다고 이 주식을 골랐나' 라는 회의감이 조금씩 쌓이길래, 나의 촉을 믿고 매도했다. 그때 매도한 가격이 지금 가격보다 2.5배나 높다. 등골이 오싹하다. 하나기술은 손실을 10~20% 보고 짧게 1달 정도 홀딩하다, 작년 10~11월 즈음 매도한 듯한데, 현재 가격이 그때 가격 절반도 안된다. 이 종목도 매출액 대비 시가총액이 어마어마했다.
피엔티는 이차전지에 집중투자하던 23년 초반부터 장비대장주로 계속 지켜봤는데, 이 주식은 꾸준한 실적 성장과 더불어 가장 난이도 높은 전극 공정의 대표업체라 영업이익률도 15% 정도는 찍는 정말 우량주였다. 그런데, 주가의 변동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왜냐하면 이미 20~22년도에 탠배거를 보여준 종목이라, 초기성장기의 급격한 주가상승시기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큰 수익을 쫓는 개인들의 레이더에 비켜나 있었고,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코스모신소재, 에코프로비엠 등으로 2~3배 수익을 본 나에게 피엔티같이 굼벵이 걸음하는 주식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피엔티에 내가 주목하게 된 것은, 24년 초반 모든 장비주가 바닥을 박박기고 있을 때, 피엔티 데이터를 보다 보니, 이건 뭐 다른 장비주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매출규모, 섹터(전극공정) 내 지배력(셀 업체에 대해 완전한 을이 아님), 성장함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반토막난 상황이었다. 거기다, 나는 최근 1년 내에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고, 지금부터는 늘어난 계좌를 일정 부분 지켜줄 주식 종목도 필요하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었던 듯하다.
이런 나의 필요성에 피엔티가 걸려들었다. 피엔티 같은 성장 우량주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1년에 평균 30%의 수익은 보장한다. 매년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평균이다.
2. 진득하게 들고 있으면 된다. 급한 마음에 팔면 나중에 후회한다.
3. 만약 단기에 50% 혹은 2배 오르면, 그 때는 정리해도 된다.
피엔티는 23년 에코프로, 24년 엔켐과 같이 짧은 기간(6개월 이내)에 3배~10배 폭등할 주식은 아니다. 그런 주식은 바람이 불어야 된다. 시장의 중심에 서야 된다. 피엔티는 그런 모멘텀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말이지, 내 포트에 이런 폭등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주식으로만 4~5종목 모두를 꾸린다면 어떻게 될까? 주식으로 스트레스받아서 잠도 못 자고, 하루하루 등락이 심해서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언제 팔지, 언제 추가매수할지에 온갖 신경을 쓰게 된다. 생각해 봐라, 매일매일 내 1년 치 연봉 이상이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고! 물론, 그런 경험은 필요하다. 내 연봉, 나중에는 웬만한 아파트 가격 하나가 하루 만에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경험을 하다 보면, 숫자에 둔감해지는 그런 경지에 오른다. 이건 경험해 봐야 안다. 책으로는 도저히 습득이 안 되는 경험이다. 그런데, 피엔티 같은 종목은 이런 출렁임을 줄이면서 내 포트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종목이다.
투자자들이 하는 오류 중에 하나가 내 포트의 중심을 잡아준다면서 겨우 고른 종목이 삼성전자, 현대차, 금융주(배당), SK텔레콤 등에 비중을 싣는 것이다. 물론, 예금/적금과 비교하면 그것도 괜찮지만, 일단 주식은 변동이 심한 상품이고, 변동이 심한 상품에 투자하기로 한 자금이면, 그런 취지에 맞는 종목을 중심을 잡아주는 종목으로 삼아야한다. 삼성전자를 포트의 중심으로 잡는 것은 대형 기관투자가가 할 일이지, 일개 개인이 해서는 안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 전 재산의 중심을 잡아줄 것들은 증권 이외에 예금/적금/채권/금/부동산 등에서 찾으면 된다.
피엔티 정도면 정말 훌륭하다. 매년 30% 이상 매출 성장하고, 영업이익율이 일정하게 15% 이상 예상되고, 장비주에 머물지 않고, 소재주로 변화를 시도하고, CEO도 훌륭한 마인드를 가진 엔지니어이기 때문이다. 피엔티의 주가 변동율이 물론 삼성전자나 현대차보다는 심할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매출이 매년 30% 이상 늘어날 수 있나? 불가능하다.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변동이 심한 편이다. 그런데, 피엔티는 영업이익률이 꾸준하면서 매출이 성장하는 기업이다.
이보다 더 좋은 중심을 잡아줄 종목이 없다.
피엔티에 몰빵해도 괜찮다. 매년 30% 이상 수익을 준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내 포트는 10년 후에는 13.8배가 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10배는 뛰는 것이다. 10억 투자하면 138억 찐 부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10년동안 피엔티가 꾸준히 성장하는지(매출 20~30% 이상 상승)는 냉정하게 계속 지켜봐야 된다. 왜냐하면, 그런 회사가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 조금씩 조금씩 오르면서 주가는 내가 4월에 매집한 평균단가인 38,000원을 꽤 넘어 45,000원을 오늘 찍었다. 그래봐야 겨우 18% 상승이다. 2~3배 넘는 수익율을 몇 차례 겪어보니, 이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피엔티의 올해 예상 실적은 매출 1.1조, 영업이익 1700억인 반면, 현재 시총은 고작 1조.
내년 매출 1.3~1.4조, 영업이익 2,000억이라고 보면, 내년기준 시총은 POR 15배 적용, 3조 정도는 되어야 정상이라고 본다. 단, LFP 배터리 관련 이슈가 나오면서 장비주를 웃도는 밸류를 줘도 된다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형성이 되어야 15배가 적용된 3조가 주어질 것이다. 3조라면, 주가기준으로는 13만원인 셈이다. 이성적으로는 지금 내가 가진 투자금을 모두 피엔티에 넣으면 내년 초중반에 3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LFP 배터리 이슈가 크게 불어서 함께 뜬다면, 엔켐같이 4~5조 수준으로 가서 MSCI 가입도 노려볼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를 수도 있다. 오버슈팅인 것이다.
나는 언제 피엔티를 매도할 것인가? 그건 나도 모르겠다. 다만, 6만 원 정도까지는 그냥 둘 것이다. 그 숫자를 넘어 전고점 8만 원대를 노크하는 시점의 다른 이차전지주들과의 상승 수준을 비교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피엔티가 많이 튄 편이라면 일부 덜어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조금 더 가져가겠다. 즉, 올해 하반기 안에 8만 원 전고점 돌파를 시도한다면 그때는 절반 정도는 매도할 것이고, 고점에서 30% 떨어지면 다시 채워 넣고, 내년에 오버슈팅 나오는 순간을 기다릴 것이다.
종목을 알려면 최소한 1년은 매도매수를 가끔씩 하면서 지켜봐야된다고 본다. 그런 종목은 내가 잘 아는 평생 종목이 된다. 즉, 그 종목에 대한 공부가 되어 있고, 나의 촉이 잘 발동되는 내 텃밭이 되어있는 셈이다. 먹고 싶을 때, 따서 먹으면 되는 텃밭. 앞으로 피엔티가 내게 그런 종목이 되기를 기대한다.
유일한 리스크는 내가 너무 빨리 팔아버리는 것이다.
왜 파냐고?
엔켐같은 급등할 종목을 찾았다고 생각(착각 혹은 진실)해서 내가 자금을 그 종목으로 모는 경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종목이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 AI, 바이오, 조선 등은 내 나와바리가 아니다. 공부가 안되어 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종목이 발견되더라도 피엔티 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진실의 목소리가 내 안에 그때도 남아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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