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배우기 순서
이제 영어공부에서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는 말하기에 대해 알려드릴 차례입니다.
영어 말하기는 저도 딱히 알싸한 지름길을 알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전 편들에서 제가 제시한 영어 듣기 훈련으로 귀가 트이고, 영어 직독직해 훈련으로 문장을 단시간에 간파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신다면, 이제 영어로 말을 잘하실 준비가 되신 겁니다.
그런데, 원래 언어라는 것은 듣기가 우선이고, 그다음이 말하기이며, 마지막이 글을 이해하고 쓰는 것입니다.
태어나서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아기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원래 언어란 아기가 배우는 방식으로 배우는 것이 정석입니다.
아기가 언어를 어떻게 배우는지 살펴볼까요?
-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하는 소리를 계속 듣습니다. 옹알이도 하죠?
- 저는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기가 말을 시작하기 전에, 엄마가 뭐라고 말하면 그 말을 알아듣는 행동을 시작할 겁니다. 즉, 귀가 먼저 트이는 것이죠. 듣기 능력이 향상된 겁니다.
- '엄마'라는 단어를 시작으로 말문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합니다.
- 아기들은 엄마 말을 계속 따라 합니다. 단어나, 간단한 문장도 계속 따라 합니다.
위에서 우리는 언어 배우기의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듣기가 먼저다
- 말하기는 입으로 반복해서 해야 된다
- 글쓰기와 독해는 듣기와 말하기 이후에 배운다.
영어 배우기 순서
자, 그런데, 우리는 영어를 어떤 순서로 배우고 있나요? 알파벳을 배우고, 간단한 문법을 배우고,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이해하고 독해하고, 그다음에 여력이 있으면 듣기나 말하기를 하겠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어떤 순서로 배울까요?
제 경험을 간단히 이야기해드리는 것이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제가 독일에 처음 와서 독일어 어학원에 갔었습니다. 일반 사설학원이 아니라,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혜택을 입어 무료로 배우는 외국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제일 초급단계 클래스에 들어갔는데, 저만 벙어리였고, 다른 외국인들은 제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선생님하고 대화를 하더군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들은 대체로 독일에 온 지 2~5년 된 외국인들로 학력 수준이 다소 낮은 것도 있지만, 문법은 깡그리 무시한 채로, 단어만 주야장천 나열하고, 동사나 명사의 변화나 어순 따위는 신경도 안 쓰고 그냥 지껄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선생님과 대화하는데 별 무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쉬운 말만 하기 때문이었죠.
하루는 제가 일 때문에 한참을 늦어서 들어갔습니다. 마침, 테스트를 하고 있었는데, 1, 2교시에 배운 것을 테스트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다른 학생들이 앞서 두 시간 동안 배운 부분을 약 10분 정도 교과서를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는 테스트 용지를 받아 시간 내에 시험을 마치고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절대 수준이 높은 테스트 아닙니다. 꼬아서 내는 그런 문제도 없습니다. 초급과정입니다.
그런데, 학급의 15명 중에 2~3명을 제외하고 많은 다른 학생들은 이상한 점수들을 받았습니다. 저는 한국인이라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머리가 좋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저의 편견을 깨는 설명을 그 독일어 선생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어느 날, 학생들끼리 선생님과 야외에서 커피 한 잔을 할 시간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제게 이렇게 영어로 설명하셨습니다. 제가 독일어 수준이 안 되니, 영어로 대화를 했는데, 그분의 오랜 강의 경험에서 오는 각 출신별 학생들에 대한 평가는 이랬습니다.
- 동양인들은 학습능력이 뛰어나다. 필기시험을 잘 본다
- 중동이나 동유럽인들은 듣고 말하는 것은 잘하는데, 필기시험에는 약하다
- 중동이나 동유럽인들은 듣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동양인들은 틀리게 말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한다.
그 선생님의 말을 듣고, 한국에서의 영어 학습 순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시간에 쫓기듯 문제를 맞히는데 특화된 나 자신이 보였습니다. 듣기와 말하기부터 배우지 않고, 문법, 단어, 독해를 심도 있게 해서 궁극적으로 대입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토익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한국의 환경도 생각났습니다.
그 선생님 말의 요지는 필기시험은 단지 언어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평가하는 하나의 일부분일 뿐이다. 동양인들은 듣기나 말하기가 부족하고 필기시험은 잘 친다. 그러니, 동양인이 언어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 말하기 공부법
우리는 인생을 좌우하는 중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잘 쳐야 되는 절체절명의 명제가 있기 때문에 말하기는 항상 무시당해왔습니다.
이제 사회에 나간 여러분에게 가장 요구되는 영어 능력은 말하기 또는 쓰기입니다. 기본적으로 영어로 말을 할 줄 모르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영어 말하기 공부는 사실, 듣기 공부하실 때 같이 하시는 게 좋습니다.
내가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은 내가 말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말로, 내 귀에 정확히 들리지 않는 문장을 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드라마나 영화, 음악을 통해 듣기 공부하실 때, 당신의 맘에 쏙 드는 문장이 나타나면, 그냥 입으로 반복해서 말해보세요. 굳이 외우려고 절대 하지 마세요. 그냥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말하세요. 이때도 역시 한국어 번역을 절대 생각하시면 안 되고, 직독직해의 순서대로 영어의 어순에 그냥 몸과 마음을 맡기셔야 합니다.
한글 어순은 머리에서 싹 잊으셔야 합니다. 듣기가 향상된다는 말은 영어 어순에 귀가 익숙해진다는 말입니다. 이제 말하기에서도 영어 어순에 익숙해져서 머리로 어순 정리하는 수고를 하지 않고 그냥 입으로 내뱉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간단한 문장부터 입으로 별생각 없이 말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한국말하실 때, 특별히 어떻게 말하겠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경우는, 토론 형식의 심도 있는 대화를 제외하고는 없습니다. 이성적인 생각을 말하지 않는 한, 그냥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입으로 나옵니다. 영어도 이런 식으로 되도록 훈련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필자의 영어 말하기 수준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제가 아주 영어를 잘하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만, 그 정도는 아닙니다.
제가 영어로 외국인과 이야기할 때, 가끔 주위의 한국인들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너 영어를 들어보면 하나도 안 어렵고 쉽게 말하는 거 같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압니다.
그 친구들이 하고 싶은 말은 "내 영어 수준은 상당히 높은데, 나는 왜 네가 구사한 그런 쉬운 문장으로 말을 못 하나?"라는 겁니다.
원인은 '입으로 말하기' 경험을 많이 안 해보셔서 그렇습니다.
해외영업맨으로서의 영어 말하기
제 직업이 해외영업이다 보니, 직업 이력을 시작한 초반 3년 동안에 가끔 임원이나 사장님과 바이어 사이에서 통역을 해야 되는 곤욕을 치른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 전 글에서 밝혔듯이, 제 어휘 수준은 별로 높지 않습니다. 바이어들도 대체로 비영어권 국가 친구들이기 때문에 영어 수준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바이어들의 영어를 한국말로 사장님이나 다른 관련부서 임원들에게 한국말로 통역해드리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사장님이 하시는 한국말을 영어로 통역해서 바이어에게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말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은 쉬운 게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때때로 이런 통역 경험을 한 3년 정도 사원일 때 하다 보니, 한 가지 방법을 불현듯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높으신 분의 한국말을 그대로 해당 영어 단어들로 정확히 번역하지 않고, 다른 우회의 방법으로 더 쉬운 단어를 선택해서 설명하는 겁니다.
한 번은, 사장님이 일장연설의 한국말을 하셨는데, 제가 딱 간단한 문장으로 완전히 의역(?)해서 바이어에게 전달했더니, 사장님이 저를 꼬아보시더군요. 제대로 번역한 거 맞아?라는 눈빛을 저는 외면하면서 의연한 척했죠. 어차피 사장님은 못 알아들으시니 증거가 없는 거죠.
영어로 말하기 친구 사귀기_PC 게임
만약 여러분이 컴퓨터 게임을 즐기신다면,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저는 게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잘 모릅니다만, 게임을 즐겨하는 제 아들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 아들이 지금 만 16세, 고1인데, 여러 게임을 합니다만, 게임할 때 독일어도 했다가 영어도 했다가 한국말로도 소리치곤 합니다. 같은 편 사람들 중에 독일인만 있는 게 아니라, 유럽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같은 팀으로 이야기해야 되기 때문에 영어를 쓰기도 하며, 가끔 접속해온 한국인이나 독일에 사는 한국인 2세와는 한국어로 대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제가 듣기로 한국에서도 특정 게임의 해외사이트에 접속하셔서 편 먹고 게임을 하게 되면 같은 팀원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단, 미주 쪽 서버에는 영어 원어민이 너무 많으니 수준 차이가 나서 대화가 힘들다면, 유럽 쪽 서버에 접속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유럽의 비영어권 친구들과 영어로 채팅이나 대화를 하게 될 텐데, 어차피 간단한 문장에 게임 용어를 말하는 경우가 많을 테니, 좋은 영어 말하기 기회가 될 겁니다.
당신의 말하기 수준을 늘리려면 남의 말하는 것을 또한 많이 들어야 됩니다. 다른 팀원들의 영어를 반복해서 들으면 어느 순간 당신이 그 문장들을 말하고 있을 겁니다. 아기가 엄마 말을 따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리고, 못 알아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얼굴 맞대고 만날 사람도 아니잖습니까?
제가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영어 말하기 공부는 딱히 엄청난 지름길은 없습니다. 그냥 혼잣말이라도 말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됩니다 드라마 보면서 혼잣말하고, 게임하면서 떠들고 최소한의 스트레스 속에서 개인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방법을 찾으셔서 실천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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